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4일(현지시각) 회원국 밖에서 수입되는 제품에도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획기적인 탄소배출 감축 계획인 ‘핏 포 55’를 발표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4일(현지시각) 회원국 밖에서 수입되는 철강 등의 제품에도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획기적인 탄소배출 감축 계획인 ‘핏 포 55’를 발표했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까지 줄이고, 2050년에는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집행위원회가 이날 내놓은 계획은 경제 전 분야를 두루 다루는 각종 정책을 담고 있는데,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이다. 이 제도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를 수입하는 업체들에게도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며, 2023년부터 3년의 유예기간을 둔 뒤 2026년 본격 시행된다. 이를 통해 유럽연합 내 생산 기업과의 형평성을 맞추고 탄소 배출 비용을 피하려 공장을 역외로 옮기는 행위를 차단하겠다는 게 유럽연합의 구상이다.
이 조처가 시행될 경우, 러시아 수출 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다. 하지만, 에너지 집약적인 한국 수출 기업들도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의 지난해 유럽연합 수출액은 475억달러에 이른다.
집행위원회는 탄소 감축을 촉진할 탄소 배출권 거래제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계획에 담았다. 새로 포함되는 분야는 자동차, 건물 난방, 선박 운송 등이며, 이 분야를 위한 별도의 거래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특히, 자동차 업계에 대해서는 앞으로 14년동안 탄소 배출량을 올해 대비 100%까지 줄여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2035년 이후엔 휘발유나 경유를 쓰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사실상 금지된다. 집행위는 해운과 항공업계에 대한 탄소세 부과도 제시해, 교통 분야가 가장 큰 변화에 직면할 전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계획은 2050년까지 유럽을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으로 만든다는 목표 실현에 결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집행위원회는 앞서 이 목표를 위해 ‘유럽 그린 딜’을 제안한 바 있다. 또 지난달 28일에는 회원국들이 이 제안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기후기본법을 공식 승인했다.
집행위의 이번 제안은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탄소 감축 대비가 부족한 동유럽 회원국들의 반발 등으로 논란이 예상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등이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