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역에 소규모 ‘원형 정원’ 형태의 경작지를 조성하는 아프리카 세네갈의 ‘톨루 케우르 프로젝트가 사막화와 식량 위기 극복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퍼마 푸드 포레스트’의 사업 소개 누리집 갈무리
농촌 지역에 소규모 ‘원형 정원’ 형태의 경작지를 조성해 사막화와 식량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성공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세네갈 정부와 ‘퍼마 푸드 포레스트’라는 농업 프로젝트 등이 지난해 말부터 함께 벌이고 있는 ‘톨루 케우르 프로젝트’가 아프리카의 식량 위기와 사막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사업은 제3세계 농촌의 식량 자립을 돕고 기후 변화에 따른 사막화를 저지하기 위해, 농촌 마을마다 하나씩 숲을 만드는 작업이다.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원형 정원 형태로 숲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나무들을 원 모양으로 둥글게 심으면, 나무의 뿌리들이 안쪽으로 모이고 서로 얽히게 된다. 이는 토양 내 유기물과 물 손실을 최대한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황폐해진 토양에 특히 적합하다.
이 사업은 2007년 시작된 아프리카 사헬 지역(사하라사막 남쪽 경계 지역) 녹화 작업인 ‘녹색 장벽 계획’의 하나다. 하지만, 대규모의 일률적인 방식 대신 지역 특성에 맞춘 소규모 형태를 취한 덕분에 아주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다. 녹색 장벽 계획은 올해로 시행 14년째이지만 애초 목표의 4% 정도만 진척된 상황이다. 반면, ‘톨루 케우르 프로젝트’는 시행 7개월만에 12군데에서 산림 조성을 마치는 등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사업 관리자 카린 파쿠리는 “이 사업은 외부인들이 와서 작업을 이끄는 방식이 아니라 현지인 주도 사업”이라며 주민들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느끼는 게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세네갈 농민들은 더위와 가뭄에 잘 버티는 파파야, 망고, 샐비어 같은 과일이나 약용식물을 주로 심어, 땅의 사막화를 막는 동시에 식량 자립을 꾀하고 있다. 경작에 필요한 물은 태양열을 쓰는 펌프를 써서 확보한다. 원형 정원 형태를 고안한 인물 중 하나인 세네갈 농업공학자 알리 은디아예는 “원형 정원 1천개를 조성하면 150만 그루의 나무를 심게 된다”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면 아주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사업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는 데도 일정한 도움을 주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네갈 정부는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국경을 폐쇄했으며, 이 때문에 외국 농산물 의존도가 높은 지역 사회가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업은 많은 농촌 지역이 자체 농업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식량 자립도를 높이는 걸 돕는다.
빵집을 운영하면서 원형 정원 조성에 참여하고 있는 무사 카라마는 “이 사업의 잠재력을 주민들이 확신하게 되면 고향을 떠나 유럽 등으로 목숨을 걸고 떠나는 이주민도 줄 것”이라며 “고향에 머물면서 땅을 일구고 성과를 확인하는 것이 (이주민 생활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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