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주요 40개국의 집값 상승률이 지난 1분기(1~3월)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매물로 나온 집. 서프사이드/AP 연합뉴스
전세계 주요 국가의 집값이 30년 사이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이면서 금융 불안정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주요 40개국의 집값 상승률이 지난 1분기(1~3월) 연율(1년치로 환산한 수치)로 9.4%를 기록해 30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2011년의 집값을 100으로 했을 때 집값 지수가 1분기에 하락세를 보인 나라는 그리스, 헝가리, 슬로베니아, 스페인, 터키,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8개국뿐이었다.
현재의 집값은 10년 전과 비교해 30% 이상 높은 상태다. 2011년을 100으로 했을 때 올해 1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는 130.93을 기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주요국 가운데 뉴질랜드는 1분기 집값 지수가 187.66에 달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태였다. 인도(163.85), 캐나다(157.15), 미국(152.84), 헝가리(150.72), 독일(150.45)도 집값이 10년 전보다 50% 이상 높은 수준을 보였다.
2011년보다 집값이 낮은 수준인 나라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브라질, 루마니아 등 5개 나라뿐이었다. 2011년을 100으로 했을 때 올해 1분기 한국의 집값은 105.85 수준이었다. 경제 분석 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 경제학자 애덤 슬레이터는 주요 선진국의 현재 집값은 장기 추세로 볼 때 10% 정도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각국의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금리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고,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가구의 소비가 줄고 저축은 늘었으며, 재택근무 확산 등으로 더 넓은 집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경우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지난 10여년 사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뉴질랜드의 대출 금리는 2007년에 연 10%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말에는 4%까지 떨어진 상태다. 2007년 금리가 3~6% 사이였던 한국, 캐나다, 미국 등 20개국의 금리도 0.5~3% 수준까지 내려왔다.
국제결제은행의 금융·경제 책임자 클라우디오 보리오는 “집이 있는 사람들로서는 집값이 오르면 재산이 늘었다는 생각에 소비를 늘리게 된다”며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집값 상승세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의 높은 집값이 계속 유지된다면 경제 활동이 다시 위축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세계 주요국의 집값 상승세는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주요 20개 대도시권의 1년 전 대비 집값 상승률은 지난 3월에 13.4%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 14.9%, 5월에 17%를 기록하며 약 17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영국, 한국, 뉴질랜드, 캐나다, 터키 등의 집값 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각국이 집값 거품이 경제 위기로 번지는 걸 차단하려 애쓰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경제학자 아디탸 바브는 “각국 정부가 주택 정책과 관련된 위험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같은 충격이 재발할 위험을 낮춰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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