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남자 400m 장애물 달리기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한 카르스텐 바르홀름(가운데)가 첨단 탄소섬유를 적용한 운동화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육상에서 첨단 기술 의존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도쿄/UPI 연합뉴스
도쿄 하계 올림픽 육상 종목에서 세계 신기록이 잇따라 나오면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첨단 기술에 대한 찬반 양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400m 장애물 달리기(허들)에서만 4개의 세계 신기록이 나오면서 선수들의 노력과 경기력 향상보다는 기술에 의존한 성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에 육상 트랙과 선수들의 신발에 들어간 첨단 소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육상 트랙은 작은 공기 주머니가 들어간 육각형 구조로 이뤄져,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반발력을 줘 선수들이 더 잘 뛰게 돕는다. 스프링이 달린 뜀틀 도구인 트램펄린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여자 400m 허들에서 세계 기록을 깨며 은메달을 딴 미국의 달릴라 무함마드는 “트랙이 정말 빠르게 느껴졌다. 허들 선수로서, 허들 사이를 뛰는 게 얼마나 쉬웠는지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미국 나이키가 처음 적용한 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신발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적용한 탄소섬유도 선수들의 기록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탄소섬유는 애초에 장거리 선수용 신발 밑창에만 적용됐는데, 이제는 중거리 선수용 신발 밑창과 신발에 달린 돌기(스파이크)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남자 400m 허들에서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한 노르웨이의 카르스텐 바르홀름은 다른 선수들이 신은 탄소섬유 적용 신발에 대해 “충격 흡수를 원한다고 신발에 트램펄린을 넣는 건 엉터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여자 100m에서 33년만에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자메이카의 일레인 톰슨헤라는 “(이번 결과는) 물론 훈련 덕분이다. 트랙이나 신발은 문제가 안 된다”는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제육상연맹도 첨단 기술이 문제가 안 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배스천 코 연맹 회장은 “혁신을 막지 않는 것이 내 본능”이라며 “물론 균형이 필요하다. 새 디자인과 재료가 육상을 우리가 알아볼 수 없는 걸로 바꿔 버리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재 우리는 문제 없는 지점에 있다”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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