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1천만달러(약 7천억원)어치의 암호화폐를 훔쳤던 해커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분산형 금융’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절반 이상의 암호화폐를 되돌려줬다. 로이터 연합뉴스
사상 최대 수준인 6억1천만달러(약 7천억원)어치의 암호화폐(가상자산)를 훔쳤던 해커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분산형 금융’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절반 이상의 암호화폐를 되돌려줬다.
서로 다른 코인의 교환·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폴리네트워크는 지난 10일(현지시각) 해커가 훔쳐간 코인 가운데 3억4200만달러어치를 몇번에 나눠 돌려받았다고 트위터를 통해 12일 공개했다. 아직 돌려받지 못한 액수는 전체의 44% 수준인 2억6800만달러어치의 이더리움 코인이라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폴리네트워크는 사상 최대 수준의 가상자산 해킹 사건을 당하자 “이 자산은 수만명의 가상자산 이용자들의 것”이라며 돌려줄 것을 호소한 바 있다.
이번 해킹 사건은 정부 기관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 ‘분산형 금융’(Defi)의 위험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분산형 금융 플랫폼들은 이용자들이 은행 같은 전통적인 관리기관을 거치지 않은 채 금융 거래를 하게 해주며, 위조·변조가 어렵다는 블록체인 기술을 주로 활용한다. 현재 이런 서비스를 통해 거래되는 자산 대부분은 암호화폐다.
이번 일을 저질렀다고 자처한 해커는 암호화폐를 되돌려주는 거래 코드 안에 포함시킨 ‘질문과 답변’에서 자신은 돈에 큰 관심이 없고 재미로 해킹을 했다고 밝혔다고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그는 “시스템의 프로그램 오류(버그)를 발견했을 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며 “(결국) 아무도 믿을 수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암호화폐를 안전한 계정으로 옮기고 내 정체도 밝히지 않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암호화폐를 돌려준 이유에 대해 “내 계획은 언제나 반환이다. 나는 돈에 큰 관심이 없다”며 “공격을 당하면 고통스럽지만, 해킹에서 뭔가를 배워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거래망의 취약점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한편, 블록체인 분석가들은 빼돌린 암호화폐가 너무 거액이어서 돈세탁이 어렵다고 보고 되돌려줬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