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대통령 암살' 아이티, 규모 7.2 강진…열대성 폭풍도 다가와

등록 2021-08-15 11:02수정 2021-08-16 02:02

최소 304명 숨지고, 1800여명 부상
“병원 마비될 지경”…비상사태 선포
발생지 육로 접근 불가해 지원 난관
최근 대통령 암살로 정부 기능 마비
2010년 지진때 30만명 희생되기도
14일(현지시각) 오전 규모 7.2의 강진이 휩쓸고 간 아이티의 레카이에서 주민들이 충격으로 기울어진 집 앞에 모여 있다. 레카이/로이터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오전 규모 7.2의 강진이 휩쓸고 간 아이티의 레카이에서 주민들이 충격으로 기울어진 집 앞에 모여 있다. 레카이/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대통령 암살로 국정 공백이 극심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14일 오전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적어도 304명이 숨지고 18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피해 복구가 본격 시작되지도 못한 가운데 열대성 폭풍까지 접근하고 있어,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날 오전 8시29분께 아이티 서남부 지역 도시 생루이뒤쉬드 12.5㎞ 지점,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서쪽으로 125㎞ 지점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규모 4~5의 여진도 10여 차례 이어졌다. 이번 지진은 포르토프랭스는 물론 이웃 도미니카공화국 등에서도 감지됐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한달 동안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피해 상황 파악을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앙리 총리는 레카이 등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상자들이 몰려들면서 인근 병원들이 마비될 상황”이라며 “가장 중요한 일은 잔해 속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 규모가 확인될 때까지는 외국의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통신이 전했다.

제리 샹들레르 시민보호청장은 이날 밤까지 30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가옥 860채가 파괴되고 700채 이상이 부분적으로 손상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1800명을 넘어섰으며, 병원, 학교, 교회 등도 여럿 파괴됐다. 인근 교도소 건물의 담도 지진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진앙 인근의 작은 섬 일아바슈의 휴양시설 소유주 페르낭 사주는 “건물이 순식간에 그냥 사라졌다”고 말했다. 최대 피해 지역인 레카이의 거리는 밤이 되자 손전등만 간간이 비치는 가운데 추가 붕괴를 우려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밤을 지새웠다. 현지 주민 장클로드 다니엘은 “8명의 자식 가운데 한 명을 아직 찾지 못했다. 지진이 내 삶과 자식을 앗아갔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14일(현지시각) 강한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 레카이에서 주민들이 부상당한 여성을 옮기고 있다. 레카이/로이터 연합뉴스
14일(현지시각) 강한 지진이 발생한 아이티 레카이에서 주민들이 부상당한 여성을 옮기고 있다. 레카이/로이터 연합뉴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활동하는 유엔 구호단체 유니세프의 현지 대변인은 “지진 발생 지역을 육로로 접근하는 게 불가능한 상태”라며 통신 상황이 나빠 현지 피해 상황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무장 세력이 포르토프랭스 주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어, 구호단체들의 지원 활동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에이피>가 지적했다.

아이티를 관할하는 주도미니카공화국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지진 발생 뒤 아이티 거주 한인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다행히 아직 피해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지진 피해 상황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16일 밤부터 17일 사이에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가 아이티를 거쳐갈 것으로 예보돼,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인구 1100만명의 가난한 나라인 아이티는 지난 2010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30만명에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 여파로 극심한 빈곤과 정치 혼란이 빚어져, 유엔 평화유지군이 2004년부터 2017년까지 주둔해 활동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가운데 지난달 7일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괴한들에게 암살당하면서 사실상 정부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이티 상황을 보고받은 뒤 미국의 즉각적인 대응을 승인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도미니카공화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정부 등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