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각) 아이티를 강타한 지진 피해 사망자가 15일 1297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피해가 집중된 남서부 도시 레카이의 건물 잔해에서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찾고 있다. 레카이/AFP 연합뉴스
지난 14일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를 강타한 규모 7.2의 강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아이티 시민보호청은 15일 남부 레카이 등지를 강타한 지진으로 숨진 이가 1297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최소 2800명 발생해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파괴된 가옥은 7천채가 넘으며, 부분 손상된 집도 5천채 이상이라고 시민보호청은 설명했다.
피해가 집중된 레카이 등지에서는 15일까지 규모 4~5의 여진이 계속됐다. 이 때문에 건물 추가 붕괴를 걱정한 많은 주민들이 집 밖에서 밤을 지새웠다. 생필품이 부족해지면서 바나나, 아보카도, 물 등을 사려는 사람들이 상점 앞에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구조대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생존자들을 찾고 있으나, 산사태 등으로 도로까지 막혀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병원들이 부상자로 넘쳐나면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거리에서 치료를 대기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여동생이 부상을 당해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한 여성은 “정부로부터 아무 지원도 못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레카이 인근 지역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소아과 의사 이노베르 피에르는 “레카이를 방문해보니, 많은 환자가 깨끗하지 않은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어 감염병이 크게 늘 것으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이티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최근에야 시작한 탓에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열대성 폭풍까지 아이티에 곧 들이닥칠 예정이어서, 구조와 복구 작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현재 푸에르토리코 남쪽에 있는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가 이르면 16일 오후부터 아이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티 전체 해안에는 열대성 폭풍 주의보가 내려졌다.
유엔은 포르토프랭스 주변 지역에 무장 세력들이 활동하고 있어 구조 작업에 어려움이 크다며 ‘인도주의적 통로’ 확보를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유엔 구호단체 유니세프의 브뤼노 마스 현지 대표는 “무장 세력이 신속하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유엔과 아이티 정부는 포르토프랭스에서 레카이 등지로 의료진과 의약품을 최대한 빠르게 보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정부 관리들은 무장 세력과 협상을 벌여,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을 하루에 두 대씩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65명의 구조팀을 아이티에 파견했고, 쿠바 정부가 파견한 253명의 의료팀은 현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아이티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은 식품과 의료용품을 지원했고, 에콰도르도 구조팀을 파견했다. 멕시코와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 베네수엘라 등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