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컬러스 번스 전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초대 중국 대사에 직업 외교관 출신인 니컬러스 번스(56)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명했다고 백악관이 20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번스 전 차관은 1980년대 국무부에 발을 들여 25년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 정부에서 활동한 전문 외교관 출신으로,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외교·국제관계 교수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국무부 대변인과 그리스 대사를,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와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냈다. 그는 정무차관 시절 유엔의 대이란 제재와 아프가니스탄, 북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정책 등 다양한 이슈에서 중국 정부와 협력했다고 백악관은 소개했다. 그는 정무차관 시절인 2006년 10월 북한의 첫 핵실험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 등에 관여했다.
미국이 중국 대사에 정치인이 아닌 외교 전문가를 기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대사의 역할 변화를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반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사이에 정례적인 고위급 대화가 위축된 시점에 중국과 새로운 소통 모델을 추구한다며 “쇼가 아닌 일을 하는 말(horse)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번스 전 차관을 중국 대사에 기용할 것이라는 얘기는 올초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미 언론을 통해 기정사실처럼 알려졌다. 이에 맞서 중국은 ‘늑대 전사’ 외교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강경파 친강을 지난달 말 주미 중국대사로 부임시켰다. <시엔비시>(CNBC) 등은 미국이 중국과 전방위적 갈등을 빚으면서도 북한이나 기후변화 등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데 번스 전 차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램 이매뉴얼 전 미국 시카고 시장. AF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일본 대사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61) 전 시카고 시장을 지명했다. ‘오바마의 오른팔’로 불린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2011~2019년 시장을 지냈다. 지난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자금 모금 등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직은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한다. 주한 미국 대사도 지난 1월 해리 해리스가 사임한 이후 공석이다. 한국계 외교관인 유리 김 알바니아 주재 미국 대사, 데릭 미첼 전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후보로 거명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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