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해킹도구 페가수스, 최신 아이폰 보안도 뚫었다

캐나다 연구소, iOS 14 ‘보안 우회’ 확인
바레인, 인권 운동가 등 활동가 9명 사찰

각국 정부에 해킹 도구를 팔고 있는 이스라엘 기업 엔에스오(NSO) 그룹이 최근 애플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아이오에스 14에 포함된 최신 보안 기술까지 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엔에스오 그룹 로고. AP 연합뉴스

전세계 정부 기관의 광범한 언론인·활동가·정치인 사찰에 활용돼 큰 논란을 부른 이스라엘 해킹 도구 ‘페가수스’가 애플 아이폰의 최신 운영체제 보안 기능까지 뚫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온라인 감시·분석 기관 시민연구소는 24일(현지시각) 인권 운동가 등 바레인 활동가 9명의 아이폰이 이스라엘 기업 ‘엔에스오(NSO) 그룹’이 만든 페가수스에 해킹당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해킹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 2월까지 바레인 정부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페가수스는 군사 무기로 간주돼, 이스라엘 국방부의 승인을 거쳐 각국 정부에만 판매되고 있다.

시민연구소는 “오랜 인권 탄압 역사가 있는 바레인 정부는 2017년부터 페가수스를 구입해 써온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7월부터 페가수스를 이용한 해킹 시도가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해킹을 당한 활동가 중 2명은 영국으로 망명해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라고 연구소는 덧붙였다.

페가수스는 아이폰의 문자 메시지 앱인 아이메시지의 허점을 이용해 사용자가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제로클릭) 해킹 도구를 설치한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페가수스가 지난해까지는 아이폰의 최신 운영체제인 아이오에스(iOS) 14를 해킹하지 못했으나, 지난 2월부터 아이오에스 14의 해킹 방지 기술인 ‘블래스트도어’를 우회한 것으로 분석했다. 해킹에 뚫린 것으로 확인된 운영체제 버전은 14.4와 14.6이다. 가장 최신 제품은 지난 7월에 나온 14.7.1이다.

연구자들은 안전한 문이라는 뜻을 담은 ‘블래스트도어’마저 뚫렸다는 뜻에서 페가수스가 이용한 보안 허점 공격을 ‘포스트엔트리’(강제 진입)로 이름 붙였다고 밝혔다.

애플이 최신 아이오에스에서 쓰고 있는 보안 기능까지 뚫렸다는 점에서 사태가 심각하다고 미국 기술 매체 <테크크런치>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블래스트도어가 아이메시지 보안 강화를 위한 노력의 끝이 아니다”며 “(올해 가을에 나올) 아이오에스 15에는 더 강력한 보안 기능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프랑스 파리의 비영리 언론 조직 ‘금지된 이야기들’은 지난 7월18일 <워싱턴 포스트> 등 세계 17개 언론사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세계 50개국 1천여명의 기자, 활동가, 정치인 사찰용으로 페가수스가 사용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페이스북은 자사 메시지 소프트웨어인 왓츠앱 사용자 1400여명을 해킹 대상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엔에스오 그룹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