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9월 독일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나선 올라프 숄츠(사민당), 아날레나 베어보크(녹색당), 아르민 라셰트(기민련). AFP 연합뉴스
16년 동안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임을 결정할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사민당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집권 기민련(기민당-기사당 연합)을 앞섰다. 이에 따라 차기 총리가 누가될지 불투명해졌으며, 연립 정부 구성을 위해서는 3개 정당 이상이 합의해야 하는 상황도 예상된다.
여론조사 기관 포르사 연구소가 보도전문 방송 <엔티브이>(NTV)의 의뢰를 받아 벌인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이 23%의 지지율을 얻어 기민련을 1%포인트 차이로 앞섰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사민당 지지율은 일주일 전 조사보다 2%포인트 높아졌으며, 기민련은 1%포인트 떨어졌다. 녹색당은 일주일 전보다 1%포인트 떨어진 18%를 기록했다.
포르사는 자사의 여론조사에서 사민당이 기민련을 앞선 것은 2006년 10월 이후 처음이라며 “기민련의 지지율은 포르사가 설립된 198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사민당의 약진과 기민련의 하락세는 지난달 중순 독일 서부 지역을 강타한 홍수 이후 기민련의 총리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의 잇따른 실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라셰트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홍수로 사망한 이들을 추모하는 연설을 하는 와중에 뒤에서 웃는 장면이 포착돼 곤욕을 치렀다. 이 홍수 사태가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능력 부재를 보여준다는 비판 여론까지 높아지면서 라셰트와 기민련의 인기는 계속 떨어졌다.
사민당의 약진은 최근 독일 정계가 뚜렷한 정국 주도 세력이 없이 혼전 양상을 보이는 걸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민당은 얼마전까지 녹색당에도 크게 뒤지면서, 집권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녹색당과 기민련 총리 후보들이 악재에 잇따라 휘말리는 사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녹색당은 지난 5월 한때 지지율에서 기민련을 앞서며 집권까지 기대했으나, 아날레나 베어보크 대표가 표절 의혹에 휘말리면서 최근 사민당에게 2위 자리를 내줬다.
기민련, 사민당, 녹색당 등 주요 정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상황이어서 주요 정당 중 2개 정당만으로는 연립정부를 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 때문에 9월26일 총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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