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록그룹 너바나. 왼쪽부터 크리스트 노보셀릭, 데이브 그롤, 커트 코베인. 유니버설시티/AP 연합뉴스
미국의 유명 록그룹 너바나가 1991년에 내놓아 큰 인기를 얻은 음반의 표지에 알몸으로 수영하는 모습이 실렸던 아기가 30살 성인이 되어, 그룹 맴버들을 ‘아동 성착취물’ 혐의로 고소했다.
너바나의 음반 <네버 마인드> 표지 사진 모델이었던 스펜서 엘든이 24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너바나의 생존 멤버(구성원) 2명과 음반 회사 ‘게펀 레코드’ 관계자 등 15명에게 각각 최소 15만달러(약 1억7천만원)씩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엘든의 변호인은 너바나가 “아동 성착취물에 해당하는 알몸 사진을 의도적으로 상업적 목적에 이용했다”며 “너바나는 자신들과 자신의 음악을 홍보하는 데 엘든의 충격적인 이미지를 지렛대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사진이 지금도 계속 퍼지면서 엘든은 끝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너바나의 이 음반 표지는 생후 4개월된 엘든이 물 속에서 알몸으로 낚싯바늘에 꿴 1달러 지폐를 잡으려고 두 팔을 벌린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음반은 <빌리지 보이스> 등의 매체에서 그해 최고의 음반으로 꼽히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이런 높은 평가는 지금도 변함 없다. 돈과 천진한 유아를 대비시킨 표지도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무명이던 너바나는 이 음반을 통해 유명세를 얻었고, 음반은 미국에서만 1천만장이 팔리는 등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음반용 사진을 담당한 사진사는 엘든의 아버지와 친구였으며 엘든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사진을 찍어 음반사에 제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너바나의 활동을 기록한 책에 따르면 당시 음반 회사는 아기의 성기가 보이는 점 때문에 이 사진을 꺼려했다. 하지만, 너바나의 멤버인 커트 코베인은 이 사진을 고집하며 표지에 “이 사진이 불편하면, 당신은 밀실의 소아성애 병자일 것”이라고 쓴 딱지를 붙이자고 주장했다고 이 책은 전했다.
엘든의 변호인은 그가 30년 만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제야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용기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통신은 엘든이 여러번 수영복 등을 입은 채 이 사진을 재연하는 행위를 했으나, 나이가 들수록 이 사진에 대해 점점 더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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