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공항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로 다친 피해자를 시민들이 돌보고 있다. 카불/UPI 연합뉴스
두차례 폭탄 테러로 미군 13명 등 90여명이 숨지고, 최소 140여명이 다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은 온종일 아비규환 상태가 지속됐다.
26일(현지시각)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 현장을 목격한 이들은 당시 급박한 상황을 ‘최후의 날’, ‘완전한 패닉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애비 게이트와 이곳에서 250m 정도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두차례 폭탄이 터졌다.
공항 하수구에는 수십구의 주검이 떠 있었고, 외국행 꿈이 담긴 옷가지와 여행 가방 등이 공항 부근 도로에 널브러져 있었다. 부상자와 생존자가 뒤엉켜 탈출 행렬이 이어졌고, 카불 시내의 병원들은 테러 현장에서 실려온 부상자들로 가득 찼다.
테러 현장에 있었던 밀라드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주검과 절단된 신체, 그리고 사람들이 열려 있는 하수구로 쏟아져 들어갔다”며 “완전한 혼란 상태”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프간 남성은 <가디언>에 “최후의 날 같았다. 사방에 부상자가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남성은 <로이터> 통신에 “폭발이 일어난 순간 내 고막이 터지는 것 같고 청력을 잃은 줄 알았다”며 “토네이도에 비닐봉지가 휩쓸리듯 주검과 신체 조각들이 공중을 날아다녔다”고 말했다. 미국 특별이민비자를 가진 그는 공항에 들어가기 위해 애비 게이트 앞에서 10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폭탄 테러 과정에서 미군과 탈레반의 대응에 대한 목격담도 이어졌다. 테러 당시 현장에 있던 파힘은 폭발 직후 탈레반과 미군이 사람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하늘로 총을 쏘았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폭발이 발생한 곳에서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는 한 남성은 <뉴욕 타임스>에 “(폭발이 발생해) 우리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외국 군인들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며 “사람들이 밀집해 있어 서로 밀치는 상황이었고, 나는 사람들 가운데 갇혀 있었다”고 말했다.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군중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는 확성기 방송도 계속됐다.
아기의 죽음 등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한 아프간 통역사는 미 <시비에스>(CBS)에 “(쓰러져 있는)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지만 아이는 내 손에서 숨졌다”며 “지금 일어나는 일이 너무 가슴 아프다. 이 나라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와 부인, 세 명의 아이들이 미국행 비행기에 탈 수 있는 서류를 잃어버렸다. 이 남성은 “나는 다시는 (공항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탈출, 비자가 모두 끝나버렸다”고 말했다.
카불 공항에 대한 추가 테러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카불 공항의 수송작전을 총지휘하는 프랭크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은 “공항을 겨냥한 로켓 공격, 차량 폭탄 공격 등 추가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대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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