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위원장’으로 기억되는 자크 로게 전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79살의 나이로 숨졌다. AFP 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부패 척결과 약물 복용 근절에 크게 기여한 자크 로게 전 위원장이 숨졌다고 올림픽위원회가 2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향년 79. 국제올림픽위원회는 로게의 사인 등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그의 사망 소식만 공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정형외과 의사인 로게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 개최지 선정 관련 뇌물 파동으로 위기를 맞은 2001년 위원장에 취임해, 조직 안정화와 개혁을 이끈 인물이라고 통신은 평가했다. 그는 2013년까지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선수들의 약물 복용에도 엄격하게 대응해 ‘깨끗한 위원장’으로 기억됐다.
1942년 벨기에 겐트에서 태어난 로게는 벨기에 요트 국가대표로 1968년, 1972년, 1976년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으며 한때 럭비 국가대표로도 활동했다. 그는 1991년 올림픽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이후 의무분과위원회 소속으로 약물 퇴치 운동에 앞장섰다. 또 1998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한 뇌물 사건이 터지자, 조직 개혁을 이끌었다. 2001년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제치고 위원장에 뽑힌 이후에도 그는 같은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2002년 <에이피> 인터뷰에서 “의사는 무엇보다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경청하는 사람이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은 뒤 분석한다. 홀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협력을 통해 조직을 끌어갈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토마스 바흐 현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그는 무엇보다 스포츠를 사랑했으며 자신의 열정을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 전파했다”고 말했다.
한편, 로게는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중국과 러시아 등의 인권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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