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동물 구조 단체 ‘나우자드’ 설립자, 폴 파딩이 강아지들 들어올리고 있다. ‘나우자드’ 누리집 갈무리
“사람이 우선인가, 동물도 못지 않게 중요한가”라는 간단하지 않은 문제가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에서 새롭게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해병대 출신자가 만든 아프간 동물 구조 단체의 전세기가 29일(현지시각) 아프간 카불에서 170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태운 채 런던에 도착하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 단체의 설립자를 뺀 현지 직원들은 카불 공항 진입을 저지당해 비행기에 타지 못했으며, 동물들은 건강하게 도착해 격리에 들어갔다고 통신은 전했다.
아프간 반려 동물 철수 작업은 15년 전 현지에 파병됐던 폴 파딩이 만든 단체 ‘나우자드’가 주도했다. 파딩은 2006년 11월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 파병됐는데, 돌보는 사람 없이 떠도는 개들이 많은 걸 목격하고 동물 보호 활동에 나섰다고 나우자드는 누리집에 올린 소개 글에서 밝혔다.
파딩과 나우자드 직원들은 영국 정부의 철수 대상자에 포함돼 공군이 마련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우자드는 동물들도 함께 데려가지 않으면 비행기에 타지 않겠다고 버텼다.
파딩과 동물보호 운동가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도움을 촉구했다. 코미디언 리키 저베이스 등 많은 유명인사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서면서 나우자드는 동물 수송용 전세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전세기가 마련되자 영국 국방부는 지난 25일 이 비행기의 이착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전세기가 영국에 도착한 이후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특히, 영국이 애초 철수시키려던 1100여명을 빼내오지 못한 채 철수 작전을 종료한 탓에 이 단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아프간에 파병돼 일했던 보수당 소속 톰 투건하트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많은 군인이 개들의 탈출을 돕는 데 동원됐다. 반면, 내 통역사의 가족들은 살해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벤 월리스 국방장관도 몇몇 호전적인 지지자들이 지휘관들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고 군인들을 괴롭히기도 했다고 불평했다. <선데이 타임스>는 군 지휘관을 비난하는 파딩의 음성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에서 이 단체를 대변하는 동물 복지 운동가 도미닉 다이어는 파딩이 정부 관리들로부터 “중상모략을 당하는 국민적 영웅”이라고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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