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나무 종류(수종)의 30%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아프리카 베냉에서 사람들이 땔감으로 쓰기 위한 나무를 운반하고 있다. 조그보도메이/AFP 연합뉴스
전세계 나무 종류(수종)의 30%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며, 멸종 걱정이 없는 수종은 전체의 41%에 불과하다는 국제 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각국 식물원들의 모임인 국제식물원보존연맹(BGCI)은 1일(현지시각) 누리집에 공개한 ‘세계 나무의 상태’ 보고서에서 전세계에 퍼져 있는 5만8497개 수종 가운데 1만7510가지가 멸종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440종의 경우 야생 상태로 자라고 있는 나무가 50그루도 남지 않았다. 보고서는 “아프리카 말라위의 물란제산에 서식하는 물란제 삼나무는 단 몇그루만 살아남았다”며 “영국 웨일스 북부에서만 볼 수 있는 마가목도 고작 30그루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멸종 위기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는 수종도 7%인 4099종이 있으며, 아직은 지구에서 사라질 걱정이 없는 수종은 전체의 41%인 2만4255종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각국의 식물원, 산림 관련 기관, 대학 등 60여개 기관과 500여명의 전문가가 5년 동안 세계의 숲과 산을 조사해 나온 것이다.
보고서는 “전세계 수종의 20%는 식량, 연료, 목재 등으로 직접 이용되는 등 사람에게 많은 이익을 주고 있지만, 과도한 사용과 관리 잘못으로 수많은 나무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개탄했다.
나무의 멸종을 재촉하는 가장 대표적인 위협 요인은 농업을 위한 벌목으로, 전체 수종의 29%가 이 때문에 위험에 처했다. 또 전체의 27%는 목재로 쓰기 위해 마구 잘려나가고 있으며, 목축 활동(14%), 도시 건설(13%), 산불(13%), 에너지 생산과 광물 채취(9%) 등으로 위험에 처한 나무들도 많다. 보고서는 기후 변화와 이상 기온도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나무 멸종 위기는 전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생물 다양성을 자랑하는 브라질 등 주요 6개국의 상황은 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8847종의 수종이 있는 브라질의 경우 전체의 20%인 1788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특히 위험한 수종은 큰잎마호가니, 자단, 에우게니아 등이다. 콜롬비아에서는 전체 5868종 가운데 목련나무 등 834종(14%)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인도네시아(멸종 위기 수종이 전체의 23%), 말레이시아(24%), 베네수엘라(13%), 중국(19%)에서도 계피나무나 동백나무 등 많은 야생 나무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보고서는 205개 수종이 서식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전체의 7%인 15개 수종이 멸종 위험에 처했고, 136개 수종이 있는 북한에서도 7%인 10개 수종이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 작성을 이끈 맬린 리버스 ‘보존 우선순위’ 책임자는 “나무 하나를 잘못 뽑아버리면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릴 수 있다”며 “이제 행동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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