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가 임신 중지를 사실상 금지시키는 법 시행에 들어간 1일(현지시각)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 청사 앞에 모여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가 지난 1일 미국 내에선 처음으로 임신 중지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이에 대한 찬반 움직임이 격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임신을 중지하는 직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할리우드의 연예인들도 법 반대 서명과 텍사스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칸소 등 적어도 7개 주의 공화당 정치인들은 비슷한 법 제정 움직임에 나섰다.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인 리프트와 우버는 자사 운전자들이 임신 중지 때문에 소송을 당할 경우 소송 비용을 대신 지불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리프트의 로건 그린 최고경영자는 트위터에 쓴 글에서 “텍사스의 임신 중지 금지법은 여성의 보건 접근권과 선택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여성 건강 관련 단체인 ‘플랜드 페런트후드’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기술 기업 매치 그룹과 범블도 직원들이 임신 중단을 위해 텍사스 밖으로 나갈 경우를 대비한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웹 호스팅 업체 고대디는 임신 중지 사례를 접수하는 임신 중지 반대 웹 사이트 한 곳을 차단했다.
할리우드 연예인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고발한다(미투)’ 운동으로 유명한 배우 얼리사 밀라노는 텍사스의 법이 ‘강제 임신법’이라고 비판하면서 할리우드 차원의 텍사스 보이콧 운동을 촉구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배우 로재나 아켓은 텍사스에서 촬영하기로 한 영화 출연을 거부했다고 밝혔고, 음악인 잭 안토노프는 “텍사스가 법을 바꿀 때까지 텍사스에서 진행하는 행사 수익금으로 임신 중지 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리스 위더스푼, 에바 롱고리아 등 할리우드 연예인 100여 명이 텍사스 임신 중지 금지법을 비판하는 서명에 동참했다고 연예 전문 매체 <데드라인>이 전했다.
텍사스의 임신 중지 금지법은 태아의 심장 박동을 확인한 뒤(보통 임신 6주 뒤)에는 어떤 이유로든 임신 중지 조처를 취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에 대한 위반은 일반 시민만 고발할 수 있다.
이 법 시행에 고무된 공화당원들은 아칸소, 플로리다 등 적어도 7개 주에서 텍사스와 같은 조처를 취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설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윌턴 심슨 플로리다주 상원의장은 “이 법은 우리가 이미 작업하고 있는 것과 같은 내용”이라며 텍사스와 같은 내용의 법제화 의지를 비쳤다.
한편, 텍사스 트래비스 카운티 지방법원의 마야 게라 갬블 판사는 임신 중지 시술소를 운영하는 ‘플랜드 페런트후드’가 텍사스 최대 임신 중지 반대 단체 ‘텍사스 생명권’에 대해 제기한 소송 일시 금지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텍사스 생명권’과 이 단체 관계자에 국한한 이번 결정은 연방대법원이 이 법의 위헌성 검토를 마치기 전에 소송 봇물에 시달리는 걸 막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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