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검찰이 지난 7월 발생한 대통령 암살 사건과 관련해 현직 아리엘 앙리 총리(사진)의 검찰 출석을 요청했다. 포르토프랭스/로이터 연합뉴스
아이티 검찰이 지난 7월 발생한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과 관련해 현직 총리의 검찰 출석을 요청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이티 검찰은 아리엘 앙리 총리가 대통령 암살 용의자와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0일 앙리 총리에게 출두 요청 서한을 보냈다. 앙리 총리는 모이즈 대통령 암살 용의자 중 한 명으로 검찰이 쫓고 있는 조제프 펠릭스 바디오와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앙리 총리가 지난 7월7일 새벽 4시께와 4시20분께 바디오와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이 때는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직후이며, 바디오가 전화 통화 당시 대통령이 암살된 사저 근처에 있었다고 검찰은 말했다.
검찰은 모이즈 대통령 암살과 관련해 지금까지 콜롬비아 용병 18명과 미국인 2명을 포함해 모두 44명을 체포했지만, 아직 사건의 진상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 직원 출신인 바디오는 체포를 피해 도피 중인데, 콜롬비아 수사당국은 그가 범행 사흘 전 콜롬비아 용병들에게 직접 암살 명령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앙리 총리는 11일 검찰의 출석 요청이 ‘교란 전술’이라고 비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앙리 총리는 “혼란을 유발하고 정의 구현을 위한 수사가 차분하게 진행되는 걸 막으려는 이런 교란 전술은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앙리 총리는 앞서 자신이 바디오와 아는 사이이며, 바디오가 대통령 암살에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앙리 총리는 모이즈 대통령 사망 직전 총리로 지명됐으며, 대통령 사망 이후 총리에 취임해 아이티 국정을 이끌고 있다.
아이티는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서 괴한들에게 암살당한 이후 정부 조직이 거의 마비된 바 있다. 게다가 지난달 14일에는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300여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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