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검찰이 아리엘 앙리 총리를 대통령 암살 연루 혐의로 기소할 것을 판사에 요구했고, 총리는 이 사건 담당 검사의 해고를 통보하는 등 권력 다툼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앙리 총리가 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FP 연합뉴스
아이티 검찰이 지난 7월 대통령 암살 이후 국정을 이끌고 있는 현직 총리를 대통령 암살 연루 혐의로 기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국정 공백과 지진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이 나라의 정국이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아이티 검찰청의 베드포드 클로드 검사는 14일(현지시각) 아리엘 앙리 총리를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과 관련해 기소하고 출국 금지시킬 것을 담당 판사에게 요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클로드 검사는 “앙리 총리 기소를 요청할 요소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이 요청에 따라 앙리 총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하며, 3개월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클로드 검사는 지난 7월7일 새벽 4시3분과 4시30분에 앙리 총리가 대통령 암살 용의자인 조제프 펠릭스 바디오와 두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는 점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대통령 암살 직후 총 7분 동안 이어진 전화 통화 당시, 바디오는 대통령이 암살당한 사저 근처에 있었으며 앙리 총리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호텔에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아직 체포되지 않은 바디오는 법무부에서 일하다가 지난 5월 해임된 인물이며, 콜롬비아 수사당국은 그가 범행 사흘 전 콜롬비아 용병들에게 직접 암살 명령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록펠러 뱅상 법무부 장관은 앞서 13일 “중요하고 불길한” 위협을 접했다며 클로드 검사에 대한 보안 강화를 경찰에 지시했다.
클로드 검사는 지난 10일 앙리 총리의 검찰 출석을 요구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앙리 총리는 혼란을 유발하기 위한 교란전술이라고 비판했다. 앙리 총리는 또 13일 클로드 검사를 “심각한 행정 잘못”을 이유로 해고한다고 통보하는 문서를 작성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이 문서는 접수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 클로드 검사가 이 문서를 접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아이티 정치 전문가인 미국 버지니아대학의 로버트 패턴 교수는 정부 내 앙리 총리 지지 세력과 숨진 모이즈 대통령 지지 세력의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인 앙리 총리는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 이틀 전 새 총리로 지명했으며, 대통령 사망 이후 총리에 취임해 오는 11월 대선 때까지 국정을 이끌고 있다.
아이티 검찰은 모이즈 대통령 암살과 관련해 지금까지 콜롬비아 용병 18명과 미국인 2명을 포함해 모두 44명을 체포했으나, 누가 대통령 암살을 주도했는지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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