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가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가족법 개정안 초안을 15일 공개했다.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동성애자 인권 옹호자들이 무지개색 깃발을 흔들고 있다. 아바나/EPA 연합뉴스
카리브해 공산국가 쿠바가 15일(현지시각)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가족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고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가 16일 보도했다.
인권 운동가들이 공개를 기다리던 개정안 초안은 결혼을 “두 사람의 자발적인 결합”으로 정의함으로써 남녀의 결합이라는 성별 구분을 뺐다. 이런 내용은 10월까지 법률 관련 기관 등의 특별 검토를 거칠 예정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가족법 개정안은 2019년 2월 국민투표로 개정된 헌법의 동성결혼 허용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헌법 81조는 가족에 대해 “어떤 결합 형태든 무관하게”라고 표현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결혼 관계를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그란마>는 지적했다.
개정안은 특별 검토 뒤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내년 국민투표로 최종 확정될 전망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동성애 인권 운동가들은 가족법 개정을 위한 특별 위원회가 종교계 등의 압박 때문에 개정안을 후퇴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기본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투표를 거쳐서는 안 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변화를 강제하기보다 합의를 통한 변화 수용이 바람직하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쿠바는 1959년 공산혁명 직후 한때 동성애자들을 수용소로 보내는 등 동성애를 탄압했으나, 2000년 이후 성 소수자 권리가 크게 향상됐다. 성전환 수술이 허용되고 있으며, 성적 지향에 따른 직장 내 차별도 금지됐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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