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가 28일(현지시각) <에이피> 통신 인터뷰에서 선거 연기를 밝히고 있다. 포르토프랭스/AP 연합뉴스
대통령 암살 연루 혐의로 기소 위기에 직면한 아이티 총리가 임시 선거관리위원회를 해산하고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내년 2월 이후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원들은 이에 즉각 반발하고 나서, 대통령·의회 등이 부재한 상태에서 빚어지고 있는 국정 혼란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28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인터뷰에서 오는 11월7일로 예정된 대선·총선·개헌 국민투표를 내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헌법을 정치권 다수와 시민사회 지도자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우선 순위는 개헌 국민투표”라고 말했다. 그는 2월까지 국민투표를 실시한 뒤 최대한 빠르게 선거가 치러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앙리 총리는 자신이 해산한 임시 선관위를 대체할 새 선관위를 언제 구성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인터뷰 직후 기존 선관위원들은 선관위 해산은 대통령만 할 수 있다며 앙리 총리의 조처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선관위원들은 선거 준비 작업을 예정대로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티는 몇번의 연기 끝에 11월7일 대선 등을 치르기로 결정했으나, 지난 7월7일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된 이후 일정대로 진행될지 불분명해졌다. 모이즈 대통령은 대통령 3선 금지, 18살 이상자의 군 의무 복무, 부통령제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 개헌안이 나오자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앙리 총리의 선거 연기 발표에 대해 야권에서는 그가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공격했다. 작가이자 활동가인 모니크 클레스카는 “그는 허수아비”라며 “그는 정당성도, 진실성도 없다”고 비판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앙리 총리는 모이즈 대통령이 자신의 집에서 암살당한 직후 암살 용의자인 조제프 펠릭스 바디오와 두차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 기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14일 아이티 검찰은 법원에 앙리 총리 기소를 요청했고, 법원은 이로부터 3개월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앙리 총리는 검찰의 기소 요청 직후 담당 검사를 해임해 논란을 빚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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