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가스 업계에 대해 수소 활용을 전제로 2027년까지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헝가리와 세르비아 국경 지대의 가스 공급 시설. 키스쿤도로주마/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의회가 가스 업계에 대해 수소 활용을 전제로 2027년까지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유럽연합(EU)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지원안은 환경단체들이 우려한 ‘범유럽 에너지 네트워크’(TEN-E) 규정의 ‘뒷문’을 여는 격이어서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유럽의회 산업위원회가 28일(현지시각) 천연가스 공급 업체들이 가스에 수소를 첨가하면 2027년 말까지 보조금을 주는 안을 통과시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다만, 가스 중 수소의 비율 하한선은 미정으로 남겨뒀다. 위원회는 또 천연가스 공급망이나 저장 시설 사업에도 특별 지위(‘공통의 이익’ 지위)를 부여해 신속 사업 승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유럽의회의 이런 방안은 폴란드 극우 정당 소속 의원이 처음 제안했지만, 유럽의회 내 다수 정치그룹의 지지를 받았다.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들이 어느 때보다 많이 의회에 진출했기 때문에, 의회의 이런 움직임은 충격적이라고 환경단체들은 반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유럽의회는 조만간 유럽연합 회원국 에너지 장관들과 이 안을 놓고 협상에 들어갈 예정인데, 이 안이 확정되면 한해에 2억1300만t의 탄소가 더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독일이 2018년 한해 동안 석탄을 사용함으로써 배출한 탄소와 맞먹는 것이며,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유럽연합의 탄소 배출 감축 계획 실현도 어렵게 할 전망이다.
유럽의회의 가스업계 지원 방안은 집행위원회가 애초 제안한 ‘범유럽 에너지 네트워크’ 규정 개정안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집행위원회의 규정안은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하면서, 수소 관련 사업에 대한 지원안을 새로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가스 업계가 화석연료를 써서 생산한 수소를 내세워 기존의 지원금을 계속 받게 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환경단체들은, 유럽의회의 지원안은 이런 우려를 현실화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가스 업계가 ‘수소 대비’를 선언하면 보조금을 계속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천연가스 사업에 특별 지위를 부여하면, 보조금이 끊긴 뒤에도 가스·수소 혼합 수송관 사업 등에 대한 신속 승인이 이뤄짐으로써 탈탄소화를 저해할 것이라고 환경단체들은 지적했다. 환경단체 ‘글로벌 위트니스’의 활동가 태라 코널리는 “유럽의회 안이 규정으로 확정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며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이 지급될 수 있는 허점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 집행위 자료를 보면, 2018년 현재 회원국들이 지출한 에너지 보조금은 1590억유로(약 180조원)이며 이 가운데 3분의 1은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금이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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