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각) 파리 서쪽 베종 다리에서 진행된 알제리인에 대한 ‘파리 학살’ 60주년 추모식에 참석했다. 콜롱브/로이터 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0년 전 알제리인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경찰의 ‘파리 학살’을 “용서할 수 없는 범죄”로 규정했다. 그동안 프랑스 대통령들이 해 온 유감 표명 가운데 가장 강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파리 서쪽 도시 콜롱브의 베종 다리에서 열린 알제리인 유혈 진압 60주년 추모식에 참석해 파리 경찰의 폭력 행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알제리 시위대 진압이 “무자비하고, 폭력적이며, 피를 부른” 것이었다며 “1만2천명의 알제인들이 체포되고 많은 이가 다쳤으며 수십명이 숨졌다”고 언급했다. 또 “당시 경찰청장 모리스 파퐁의 지시로 벌어진 범죄 행위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대통령이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파리 학살’은 알제리 독립 전쟁 와중인 1961년 10월17일 알제리인에 대한 통행금지령에 항의하는 2만5천명의 시위대를 파리 경찰이 무자비하게 진압한 사건이다. 경찰은 1만2천명을 체포하고 많은 이들을 죽였으며, 일부 주검을 센강에 던져버리기까지 했다. 추모식이 열린 베종 다리는 알제리인들의 항의 행진이 벌어진 지역 중 한 곳이자, 희생자 주검 수습이 이뤄진 장소다.
프랑스 정부는 이 학살 사건을 계속 은폐하다가 1998년에야 40여명의 사망을 처음 인정했다. 정확한 사망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역사학자들은 200명 이상이 경찰에 희생된 것으로 본다. 공식 추모 행사는 학살 40년 뒤인 2001년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 주도로 처음 치러졌다.
올해 추모식은 프랑스와 알제리가 외교 갈등을 빚는 가운데 진행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초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알제리 정치·군사 체제가 ‘프랑스에 대한 증오’를 바탕으로 식민지 시절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알제리가 1962년 프랑스에서 독립하기 이전 알제리가 국가로 존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알제리 정부는 즉각 자국의 파리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고 프랑스 군용기의 알제리 영공 진입을 차단하는 대응 조처를 취했다. 알제리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이 알제리 국가 존재에 의문을 표시한 데 특히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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