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7일(현지시각) 사회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발렌시아/EPA 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17일(현지시각) 성을 팔고 사는 행위를 불법화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발렌시아에서 끝난 사회노동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연설에서 성매매 행위가 여성을 노예로 만들고 있다며 당의 기존 공약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사회노동당은 지난 2019년 총선에서 성매매 불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아직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당시 사회노동당은 성매매를 “빈곤의 여성화를 보여주는 가장 잔인한 양상 가운데 하나이자 여성에 대한 최악의 폭력 형태”로 규정한 바 있다.
스페인은 1995년 성을 팔고 사는 행위를 비범죄화했으며, 현재는 아무런 규제도 없는 상태다. 공공장소에서 시도하지 않는 한 자발적으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는 처벌받지 않는다. 다만, 성 제공자와 고객 사이에서 성매매를 중개하는 것은 불법이다.
2016년 유엔의 추산치를 보면, 스페인의 성매매 산업은 37억유로(약 5조원) 규모를 형성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앞서 2011년 발표된 유엔의 다른 조사에서는, 스페인을 타이, 푸에르토리코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성매매 시장으로 꼽았다. 성매매 비범죄화 이후 관련 종사자도 크게 늘어, 성을 파는 여성이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2009년의 조사에서는 스페인 남성 3명 가운데 1명이 돈으로 성을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의 현재 상태를 옹호하는 이들은 성매매 비범죄화가 매춘 종사 여성들의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춘 사업을 위해 여성을 납치하는 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스페인 경찰은 2017년 납치 범죄에 대한 단속을 통해 여성 1만3천여명을 확인했으며, 이들 중 80%는 강제적으로 착취당했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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