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교단체 소속 17명이 납치된 아이티의 크루아데부케에서 보안군들이 19일(현지시각) 순찰을 돌고 있다. 크루아데부케/AP 연합뉴스
미국 선교 단체 성직자 등 17명을 납치한 아이티 범죄 조직이 1인당 100만달러씩 총 1700만달러(약 200억원)의 몸값을 요구했다고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 저널>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400 마우조’로 알려진 범죄 조직 구성원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본부를 둔 ‘기독교 구호 성직자들’에 연락해 1700만달러를 요구했다고 아이티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리스트 키텔 아이티 법무장관은 미 연방수사국(FBI)과 아이티 경찰이 납치범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교 단체 관계자도 이런 요구를 받은 걸 확인해줬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 단체 소속 미국인 16명과 캐나다인 1명은 지난 16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외곽 보육원을 방문하고 나오던 길에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납치를 당한 이들 가운데는 생후 8개월 아이 등 5명의 미성년자도 있다.
포르토프랭스 인근의 크루아데부케 일대를 장악한 ‘400 마우조’는 지난 4월에도 사제 5명과 수녀 2명을 납치했다가 3주 만에 풀어준 바 있다. 이 조직은 과거에는 가축이나 자동차 절도를 주로 해왔으나, 최근엔 몸값을 노린 납치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중남미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로 꼽히는 아이티에서는 몇년 전부터 납치가 극성을 부렸으며, 올해에만 지난 8월까지 328건의 납치 사건이 경찰에 신고됐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납치 신고건수 234건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아이티는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되고 8월엔 규모 7.2의 강한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보는 등 나라 전체가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이런 와중에 8월 하순에는 지진 피해자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 2명이 납치돼, 일부 병원이 항의 표시로 진료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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