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불신·백신 기피’ 동유럽, 코로나 2천만명 확진

하루 평균 8만3700명으로 1년만에 최고
인구 대비 사망자 세계 2~6위 모두 동유럽
“옛 소련 시절의 불안과 불신 여전” 분석

동유럽 전반의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악화하는 가운데 24일(현지시각)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식당과 유흥시설 출입객에 대한 백신 접종 증명서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소피아/AFP 연합뉴스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동유럽의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2천만명을 넘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통신은 자체 집계 결과, 동유럽의 확진자가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인 하루 평균 8만3700명을 기록하면서 누적 확진자가 이날 2천만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동유럽 인구는 전세계의 4%에 불과하지만, 확진자는 전세계의 20%가량을 차지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의 23일 집계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는 러시아(808만명), 폴란드(297만명), 우크라이나(288만명)가 동유럽 국가에서 가장 많다. 누적 사망자는 러시아(22만5417명)가 특히 많고, 폴란드(7만6434명)와 우크라이나(6만7597명), 루마니아(4만4290명)에서도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인구 대비 사망률로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인구 100만명당 3469명), 북마케도니아(3378명), 불가리아(3339명), 헝가리(3165명), 체코(2854명)가 남미 페루(5995명)를 빼고 세계에서 가장 높다.

동유럽의 코로나19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것은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과 저조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아우어 월드 인 데이터’ 23일 기준 자료를 보면, 동유럽에서 백신 접종률이 가장 높은 리투아니아조차 백신 1회 이상 접종 인구가 유럽연합(EU) 평균(인구의 68.6%)보다 낮은 66.7%다. 우크라이나(20.5%), 벨라루스(27.6%), 루마니아(36.1%), 러시아(36.2%) 등은 세계 평균(48.5%) 접종률에도 한참 뒤처진다.

유럽연합 차원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동유럽 회원국의 경우 의료체계를 불신하는 인구 비율이 33% 수준으로 회원국 평균(18%)보다 월등히 높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상황이 날로 악화하는 와중에도 백신 접종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양분된 상태라고 통신은 전했다. 불가리아에서는 정부가 식당과 극장 등 유흥시설 입장객들에게 백신 접종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자 연일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백신 접종 거부자에 대한 분노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다시 봉쇄 조처에 들어간 라트비아의 한 은퇴 여성은 성인 50% 가량이 백신을 맞지 않고 있는 것에 분노를 표시하며 “사람들이 이상하다…(백신을 맞지 않는) 동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소속 사회학자 토마시 소비에라이스키는 “백신은 옛 소련 시절의 그늘을 보여준다”며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과 불신 속에 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