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27일 성별을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X로 표기한 여권을 처음으로 발급했다. 첫 주인공인 콜로라도 거주 데이나 짐의 여권 성별란에 X 표기가 돼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가 27일(현지시각) 여성이나 남성이 아닌 X로 성별을 표기한 여권을 처음으로 발급했다.
국무부는 남성도 여성도 아니거나 간성(intersex)이거나 성별이 확정되지 않은 여권 신청자들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한 연방 정부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국무부는 X 성별 표기 여권을 첫 발급받은 이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부터 성별 표기 문제로 국무부와 소송을 벌여온 콜로라도주 주민 데이나 짐은 자신이 그 주인공이라고 공개했다.
간성인 짐은 “봉투를 열고 새 여권을 꺼내서 성별란에 X라고 굵게 찍혀있는 것을 보고 울음을 터뜨릴 뻔 했다”며 “6년이 걸렸지만, 나를 남성이나 여성으로 규정하도록 강요하지 않는 정확한 여권을 갖게 돼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무부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새 여권 양식을 승인하고 나면 내년 초부터는 모든 여권 신청 또는 갱신 희망자가 X 표기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대학 조사로 미국에는 스스로를 여성도 남성도 아닌 이로 규정하는 이가 120만명 이상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올초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국무부는 지난 6월 말부터 여권에 표기된 성별을 바꾸기 원하는 이들에게 기존과 달리 의료증빙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여권 성별란에 남성이나 여성 외에 다른 표기를 허용하는 나라는 캐나다, 독일, 아르헨티나, 인도, 네팔, 파키스탄 등 최소 11개국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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