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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공화당 영킨, 민주당 텃밭 버지니아서 승리…바이든에 ‘경고등’

등록 2021-11-03 15:52수정 2021-11-04 02:34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CEO 출신 정치신인 주지사 당선
“실적없이 반트럼프 되풀이는 필패” 민주당 ‘쓴잔’ 받아
미국 버지나아주 주지사 선거 다음날인 3일(현지시각) 선거에서 이긴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가 챈틸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챈틸리/EPA 연합뉴스
미국 버지나아주 주지사 선거 다음날인 3일(현지시각) 선거에서 이긴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가 챈틸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챈틸리/EPA 연합뉴스

민주당 우세 지역인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공화당이 2일(현지시각) 주지사 선거에 승리해, 취임 9개월여 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번 선거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이자, 연방 상·하원 의원을 뽑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풍향계로 여겨져왔다.

<시엔엔>(CNN)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개표가 95% 이뤄진 3일 오전 0시40분께, 공화당의 글렌 영킨(54) 후보가 민주당의 테리 매콜리프(64) 후보를 제치고 주지사에 당선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 시각 현재 영킨 득표율은 51.1%(158만여표), 매콜리프는 48.2%(149만여표)다. 2014~2018년 한 차례 주지사를 지낸 뒤 재도전에 나선 매콜리프는 세계적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의 최고경영자 출신 정치 신인 영킨에게 쓴 잔을 받았다. 공화당이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2009년 이후 12년 만이다.

영킨은 오전 1시 넘어 챈틸리의 선거사무소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우리는 함께 버지니아주의 궤적을 바꿀 것이다. 첫날부터 그 개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선 뒤 치러지는 선거는 여당에 불리하다. 그러나 수도 워싱턴에 접한 버지니아는 최근 4차례 대선, 그리고 주지사 선거 5차례 가운데 4차례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온 ‘블루 스테이트’였다는 점에서 매콜리프의 패배는 민주당에 큰 충격이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버지니아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10.1%포인트 차로 여유있게 따돌렸다. 이번 선거 결과는 혼돈의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물가 상승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멀어지고 있는 민심의 추세를 확인해줬다.

매콜리프의 패배는 트럼프 혐오 정서를 활용해 ‘영킨=트럼프’라는 등식을 밀어붙인 민주당의 전략이 실패했다는 얘기다. 매콜리프는 트럼프의 지지선언을 받은 영킨을 “트럼프킨”, “트럼프의 시종”이라고 부르면서, 영킨이 당선되면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재출마 야심을 더 키워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도 매콜리프 유세장에 출격해 선거 구도를 ‘트럼프 대 반트럼프’ 구도로 만들려 애썼다.

하지만 영킨은 트럼프와 적정 거리두기를 하면서 교육 등 정책 이슈를 파고드는 전략을 폈다. 그는 트럼프의 지원 유세를 사양했고, 자신의 유세에서도 트럼프 언급을 자제했다. 그는 특히 버지니아 공립학교들에서 ‘비판적 인종 이론’(CRT) 교육을 금지하겠다고 강조해 학부모 표심을 끌어당겼다. 비판적 인종 이론은 미국의 인종주의가 개인적 편견이 아니라 법·제도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생긴다는 이론이다. 버지니아 학교들은 이 이론을 가르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영킨은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무엇을 가르치라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 매콜리프의 발언을 이렇게 되치기했다. 영킨은 또 코로나19 백신·마스크 의무화 반대, 감세 등을 주장했다.

영킨에게 투표했다는 로버트 노플리트(81)는 <워싱턴 포스트>에 “트럼프는 극우 운동가이지만 영킨은 온건하고, 트럼프보다 더 인간지향적이다. 그 점에 끌린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와 사회복지 예산안을 놓고 당내 싸움으로 몇달째 처리 못하는 등 유권자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지난 주 크리스토퍼 뉴포트대 조사에서, 공화당 투표의향층의 80%가 이번 투표에 매우 열의가 있다고 한 반면, 민주당에서는 65%에 그쳤다.

이날 함께 치러진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도 현직인 민주당의 필 머피가 공화당의 잭 치아타렐리와 3일 오전까지 개표에서 초박빙 대결을 벌였다. 머피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5%포인트 이상 우위를 보여왔으나, 84% 개표가 진행된 오전 2시30분 현재 두 사람은 득표율 49.6%로 동률을 보였다.

안 그래도 여당에 불리한 중간선거를 1년 앞두고 민주당은 경고장을 받아들었다. 실적 없이 반트럼프 정서에만 편승하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프라와 사회복지 확대, 기후변화 대응, 투표권 확대, 이민 개혁 등의 의제를 제대로 추진도 하기 전에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유럽 순방을 끝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전 기자들에게 “내 의제들을 통과시켰냐 안 했냐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승패에 진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영킨 승리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면서 목소리를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기간에 성명을 내어 “(영킨은) 나와 아주 잘 지낸다”고 친분을 강조하고, 투표 전날에는 지지자들 상대로 ‘전화 유세’를 하는 등 영킨 승리에 ‘지분’을 확보해뒀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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