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인도 펀자브주의 암리차르에서 농민들이 정부의 농업개혁법 폐지 발표를 듣고 기뻐하고 있다. 암리차르/AFP 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1년 동안 대규모 농민 시위를 부른 농업개혁법 3건을 모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19일 오전(현지시각) 텔레비전 연설에서 “농업법 3건 모두를 폐지하기로 했다”며 이달 말 시작하는 의회 회기에서 이와 관련한 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고 <힌두스탄 타임스> 등 인도 언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의회를 통과한 농업개혁법은 1년 2개월 만에 폐기된다.
모디 총리는 “이 법과 관련해 일부 농민에게 확신을 심어주지는 못했지만 내가 어떤 일을 했든 그것은 농민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가 추진한 농업개혁법 3건은 △가격보장 및 농업서비스 계약법 △농산물 무역 및 상거래 촉진법 △필수식품법을 개혁하는 것으로, 국가가 관리하던 농산물 유통과 가격 책정 등을 시장에 개방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예컨대, 인도는 농산물 유통을 전담하는 국가기구인 농산물시장위원회(APMC)가 농산물 유통을 독점했는데, 새로 도입된 법안은 농민들이 민간 도매시장에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끔 제도를 바꿨다. 모디 정부는 유통시장 현대화 조치가 농업 생산성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농민들은 영세한 소농인 자신들이 대기업을 상대할 경우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없고, 농업의 주도권이 대기업에 넘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는 전체 노동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농업 분야에 종사하지만, 이들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그친다.
모디 정부의 성급한 법안 처리 역시 불신을 키웠다. 인도의 농업에 수술이 필요하다는 데는 농민들도 동의하지만, 정부는 농민들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농민 단체나 농업 조합 등과의 의견 조율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농민 시위는 법안이 통과된 지난해 9월부터 시작돼 최근까지 이어져 왔다. 지난 9월 초에는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고, 지난달 초에는 정부 차량이 시위대를 쳐서 4명이 숨졌다. 시위 초반인 지난해 11월 26일에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로 추산된다는 2억5천만명이 전국에서 24시간 동안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모디 정부의 전격적인 농업개혁법 폐지는 우타르프라데시주와 펀자브주 등에서 주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타르프라데시주는 2억명이 거주하는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로, 그동안 여당의 텃밭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반정부 기류가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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