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인권운동가들이 21일(현지시각) 수도 바그다드의 법원 앞에서 12살 소녀의 결혼을 승인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뉴스
이라크에서 12살 소녀를 결혼시키려는 일이 알려지면서, 어린 소녀들의 조혼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법원 앞에서 21일(현지시각) 어린 소녀의 결혼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인권운동가들은 “미성년자의 결혼은 아동에 대한 범죄”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날 법원에서는 이스라라고 알려진 12살 소녀의 결혼 승인 여부를 결정할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스라의 어머니쪽 변호사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이스라의 어머니는 “딸이 성폭행을 달했다”며 “이혼한 남편이 딸을 납치해 결혼을 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와 결혼하려는 이는 이스라 아버지의 처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라크 내무부는 이스라와 그의 아버지, 이스라의 남편을 면담해 이들의 ‘종교 결혼 계약서’를 확인했다며 이스라는 강요로 결혼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이라크에서는 만 18살이 되어야 결혼을 할 수 있지만, 부모 동의나 법원의 결정이 있는 경우엔 만 15살을 넘으면 결혼을 할 수 있다고 국제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이 밝혔다.
하지만 이라크 곳곳에서는 여전히 더 어린 아이들을 결혼시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아에프페>는 전했다. 이라크에서 결혼은 보통 ‘종교 결혼 계약’을 통해 성사되며, 그 뒤 법원의 승인을 받아 법적으로 효력을 얻게 된다. 인권 운동가들은 결혼 압박을 받는 여성들은 보통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법정에 출두하며, 많은 경우 생명의 위협 때문에 결혼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라크에서 조혼 반대 목소리는, 경찰이 지난달말 이스라의 결혼 사실을 공개한 이후 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높아졌다고 현지 독립언론 <루다우 미디어>가 전했다. ‘이라크 여성자유 기구’(OWI)는 성명을 내어, 이스라의 결혼 무효화와 그의 아버지 구속을 촉구했다. 이 기구는 또 모든 조혼을 범죄화해 처벌하는 법 제정도 촉구했다. 여성 운동가 야나르 무함마드는 “이라크가 우리의 딸들을 팔아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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