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의 전광판에 중국의 디디추싱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의 압박에 따라 뉴욕 증시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최대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이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를 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3일 보도했다. 디디추싱은 대신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디디추싱은 이날 웨이보에 올린 성명에서 “면밀한 검토 끝에 뉴욕 증시 상장 폐지 작업을 즉각 시작할 것이며 대신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디추싱은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다른 나라 증시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주식으로 교환해주는 걸 보장하기로 했다. 또 적절한 때에 주주총회를 열기로 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디디추싱은 중국 정부가 데이터 보안 문제 등을 내세워 뉴욕 증시 상장을 중시하라고 요구했음에도 지난 6월30일 상장을 강행했다. 상장과 동시에 이 회사 가치는 675억달러를 기록했으나 2일 현재 가치는 376억달러로 44%나 줄었다.
디디추싱은 뉴욕 증시 상장 폐지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소식통들은 중국 규제 당국이 데이터 보안 문제를 내세워 디디추싱 경영진에게 상장 폐지를 압박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 소식통은 디디추싱이 3개월 안에 홍콩 증시 상장을 완료할 계획을 세웠으며, 뉴욕 증시 상장 폐지는 내년 6월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동시 상장이 취소된 데 이어 디디추싱이 뉴욕 증시 상장을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외국 증시 상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메가트러스트 인베스트먼트의 펀드 매니저 왕치는 “중국 기업이 발행한 미국주식예탁증서는 미국과 중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동시에 압박 대상이 되고 있다”며 “상장 폐지가 손쉬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에 대해 더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중국 당국은 자국의 정보가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이 뉴욕 증시 상장을 강행하자, 즉각 이 회사의 모바일 앱 25개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하도록 하고 신규 사용자 등록도 금지시킨 바 있다. 이와 함께 디디추싱에 대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디디추싱이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디디추싱의 핵심 사업인 차량 공유 서비스의 20~30%만 3가지 허가를 요구하는 중국 규정을 충족시키고 있어 홍콩 증시가 상장을 허용할지 불분명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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