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7월19일 이전 수준의 방역 조처 재시행을 발표한 8일(현지시각) 런던의 한 교회에 저소득층 긴급 지원용 식품 꾸러미들이 놓여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8일(현지시각) 세계 57개국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보고됐다며 백신 접종 확대 등 신속한 대응을 각국에 촉구했다. 그동안 연말 휴가철에 추가 방역 강화 조처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영국은 지난 7월의 방역 조처 해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규제 강화책을 내놨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날 내놓은 주간 보고서에서 57개국이 오미크론 변이 확인 사실을 보고했다며 오미크론 확산과 함께 병원 입원 환자가 늘어날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보건기구는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델타 변이와 비슷하거나 덜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입원 환자도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건기구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 변이보다 더 강할 가능성이 있으며,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마이클 라이언 긴급대응팀장은 지금까지 확보된 자료를 보면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더 효과적으로 전파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마리아 벤커코브 코로나19 기술팀장은 “남아공의 오미크론 감염자들이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는 정보가 있지만, (완치 때까지) 증상이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파악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미야 스와미나탄 세계보건기구 수석 과학자는 “각국에서 속속 들어오는 자료를 보면 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이들”이라며 백신 추가접종 대상 확대보다 미접종자에 대한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며 대부분의 공공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추가 방역 조처를 발표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10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극장과 영화관에도 적용되며, 13일부터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무는 모두 재택근무로 전환하도록 권고된다. 또 나이트클럽, 500명 이상의 실내 행사, 4천명 이상의 실외 행사에 대해 백신접종 증명서 제출이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영국의 방역 규정은 지난 7월19일 모든 규제를 풀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됐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오미크론 감염자가 2.5일 내지 3일 만에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잠정 분석 결과가 나왔다며 “이번 조처는 봉쇄(락다운)가 아니라 예비 대응책(플랜B) 시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확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이날 1만9842명의 확진자가 확인됐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 확인 이후 최대치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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