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가 18일(현지시각) 공개한 미군의 이라크·시리아 공습 작전 평가 비밀 보고서의 일부. <뉴욕 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미군이 2014년부터 4년여 동안 이라크·시리아에 대한 공습 작전을 벌이면서 부실한 정보 수집과 성급한 공격 대상 선정 등으로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 약 1400명을 발생시켰음을 보여주는 미 국방부 비밀 보고서가 공개됐다.
<뉴욕 타임스>는 18일(현지시각) 정보 공개 청구와 소송 등을 통해 확보한 미 국방부의 이라크·시리아 공습 작전 평가 보고서 1300여건을 공개했다. 이 보고서들은 2014년 9월3일 이라크 모술 지역에 대한 공습부터 2019년 3월20일 이라크 안바르 지역에 대한 공습까지를 분석한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민간인 피해자 발생이 “거의 확실하다”고 평가된 작전은 334건이었다. 공습으로 사망한 민간인은 1396명에 달했으며, 부상자도 354명이 발생했다.
이날 자료가 공개된 공습 가운데 민간인 피해가 가장 많은 작전은 105명의 사망자가 나온 2017년 3월17일 이라크 모술 폭격이었다. 미국이 주도한 연합군은 이날 이슬람국가(IS) 소속 저격수 2명에 대한 공습을 벌였다. 미군 보고서는 “공습 뒤 저격수들이 있던 건물에서 폭발물이 터지면서 피신 중이던 민간인 101명을 포함해 105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애초 민간인 피해가 불분명한 것으로 분류됐다가 나중에 평가가 바뀐 경우다.
미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결함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서둘러 공습 대상을 선정했기 때문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작전에 앞서 수집한 정보를 편향되게 평가하는 ‘확증 편향’이 수없이 많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폭발 사고가 발생한 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면 미군은 민간인 구조대가 아니라 이슬람국가의 전사들이 집결하는 걸로 간주하곤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많은 감시 영상에는 민간인이 포착됐는데도, 정보 분석관들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공습 전에 작전 수행 군인들에게 통보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상황을 오판하는 일도 잦았다. 이슬람교의 라마단 기간에 많은 이들이 금식을 하며 잠을 자고 있는데도, 미군은 ‘민간인이 아무도 없다’고 판단하곤 했다.
미군은 장거리 감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보고서들은 수집된 감시 영상이 질과 양 모든 면에서 결함이 있음을 확인했다. 감시 카메라는 앉아 있거나 건물 밑에 서 있는 사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심지어 민간인이 있는지 판단하기에는 너무 짧은 몇 초짜리 영상을 근거로 공습을 개시한 사례도 있었다.
미 국방부는 민간인 피해를 철저히 조사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군의 잘못을 확인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처를 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전체 보고서 중 딱 한 건만 “규정 위반 가능성”을 언급했다.
<뉴욕 타임스>는 “명령 계통을 거쳐 작전 수행이 적절히 결정되기만 하면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용납된다는 것이 미군의 논리”라고 비판했다. 1~2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작전은 “끔찍하지만 피할 수 없는 사태”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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