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유럽에 가스 공급이 중단된 ‘야말~유럽 가스관’의 압축 시설의 모습. 냐스비주/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까지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이 중단되며,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러시아와 미국·유럽의 정치적 갈등으로 유럽에 또 한차례 에너지 위기가 발생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1일 독일 가스 수송관 운영업체 ‘가스케이드’의 자료를 인용해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지난 18일부터 줄었으며 이날 오전 완전히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 가스관의 가스 흐름은 현재 폴란드에서 독일 쪽이 아니라 반대로 흐르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러시아는 유럽연합(EU) 가스 수요의 40% 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야말~유럽 가스관은 러시아의 주요 천연가스 수송로 중 하나다.
이 여파로 유럽의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유럽 가스 가격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의 다음달 인도분 가스 도매가격은 이날 메가와트시(MWh)당 171.4유로로 전날보다 16% 이상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의 가스 가격도 섬(thm)당 4.29파운드로 역시 사상 최고치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유럽에선 러시아의 이번 조처가 발트해에 건설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승인 유보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 탓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긴장 완화를 위해 미국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을 중단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르트스트림2의 경우 미국의 반대 속에 지난 9월 준공까지 했으나 최근 정치적 갈등으로 독일의 승인이 자꾸 지연되고 있다.
러시아는 가스 공급 축소가 순전히 수요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날 이번 조처는 “(노르트스트림2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순수하게 상업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 회사 가스프롬도 장기 공급 계약과 고객의 요청에 따른 공급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가 보내오는 가스 공급이 줄면서 지난 9월에 이어 유럽이 다시 에너지 위기를 맞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에너지 분석 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유럽 담당 책임자 제임스 워델은 “올겨울 유럽의 가스 비축량이 아주 적어 수입량이 수급 균형에 끼치는 영향이 지난해보다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가스 가격 상승은 이미 전력 요금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유럽 전력 요금의 기준이 되는 독일의 내년 기본 전력 계약 가격이 이날 10% 상승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유럽에서는 지난 9월 가스 가격 상승을 견디지 못한 소형 업체들이 조업을 중단하며 전력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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