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폴란드 뉴스전문 방송사 티비엔(TVN)의 본사에 설치된 위성 안테나. 폴란드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각) 이 방송의 소유권 변경을 부를 미디어기업 소유 관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바르샤바/로이터 연합뉴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각) 미국 소유 방송사의 정부 비판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마련됐다는 의심을 받는 미디어기업 소유 관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동유럽 안보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대립하는 와중에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가 미국과 갈등을 빚는 사태도 일단 피하게 됐다.
두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등 잠재적 위협이 되는 나라로부터 폴란드 언론을 지키려는 정부의 시도는 이해하지만, 이 법이 발효되면 미국과 체결한 경제·무역 관련 협정을 위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거부권을 행사한 법은 유럽 33개국이 포함된 ‘유럽경제지역’(EEA) 소속이 아닌 개인이나 기업이 자국 내 언론을 지배할 수 없도록 하되, 역외 개인이나 기업의 우회 소유도 차단하는 내용이다. 이 법안은 지난 8월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최근 입법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었다
이 법안이 특히 논란을 빚은 것은 현재 이 법안 적용 대상이 뉴스 전문 방송을 운영하는 티비엔(TVN)뿐이기 때문이다. 이 방송사는 미국 미디어기업인 디스커버리가 네덜란드에 등록된 기업을 통해 소유하고 있는데, 이 법안이 발효되면 디스커버리의 지분 매각이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폴란드 내에서는 정부 비판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지난 19일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대통령 궁 앞에서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게다가 자국 기업의 이익을 지키려는 미국도 이 법안을 강하게 비판해, 폴란드 정부는 안팎의 압박에 시달렸다.
두다 대통령은 집권 여당인 ‘법과 정의당’의 지지를 받아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는데, 이번 거부권 행사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이끄는 정부·여당과 사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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