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법무부가 30일 정치 활동 감시 대상인 ‘외국 대행 기관’으로 지정한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의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 로이터 연합뉴스
인권단체에 대해 잇따라 해산 명령을 내리는 등 정부 비판 세력 탄압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가 여성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 단원까지 정치 활동 감시 대상으로 지정했다.
러시아 법무부는 30일(현지시각) 발표한 최신 ‘외국 대행 기관’ 명단에 푸시 라이엇의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32)를 새로 포함시켰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톨로코니코바는 2012년 모스크바의 ‘구세주 그리스도 성당’에서 정부에 항의하는 공연을 한 뒤 ‘종교적 증오에서 비롯된 법률 위반 행위’ 혐의로 징역 2년형에 처해진 바 있다.
‘외국 대행 기관’은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정치적 활동 등을 한다고 정부가 판단한 비정부기구, 언론, 개인 등을 뜻하며, 활동 상황과 재정 상태를 6개월마다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또 간행물이나 온라인에서 외국 대행 기관 지정 사실을 명시해야 한다. 러시아는 2012년 이런 제도를 도입했는데, 러시아에서 ‘외국 대행 기관’은 외국 간첩이라는 인상을 주는 용어다.
톨로코니코바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소셜미디어 등의) 게시물에 ‘외국 대행 기관’이라고 표시하도록 한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법정 투쟁을 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고 썼다.
이날 공개된 명단에는 언론인이자 풍자가인 빅토르 셴데로비치, 예술품 수집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마라트 겔만도 포함됐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셴데로비치는 2005년 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으며, 2010년에는 인종 차별적 폭력 행위에 항의하는 ‘모두를 위한 모스크바’ 시위를 주도했다. 겔만은 ‘효과적인 정치를 위한 재단’ 공동 창립자이며, 정치 자문 활동도 해왔다.
한편, 러시아 대법원은 지난 28일 ‘외국 대행 기관’ 표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인권단체 메모리알에 대해 해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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