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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러, 우크라 사태 7시간 반 논의…평행선 달리다 헤어져

등록 2022-01-11 08:20수정 2022-01-12 02:03

제네바에서 외교 차관급 전략안정대화
러 “우크라 나토 가입 안 돼” 주장
미 “가망 없는 러 요구, 단호 거부”
12·13일도 회담…대화 지속에는 합의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10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미국대표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미-러 전략안정대화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10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미국대표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논의하기 위한 미-러 전략안정대화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과 러시아 안전보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0일(현지시각) 제네바에서 마주 앉은 미국과 러시아가 각자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리다 헤어졌다. 양쪽은 오는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13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 간 회담 등에서 계속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의 줄다리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각각 이끄는 대표단은 10일 제네바에서 약 7시간 반에 걸쳐 미-러 전략안정대화를 진행했다. 회담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약 10만명의 병력을 결집시키면서 고조된 긴장을 완화하는 문제와, 러시아가 지난달 15일 공개적으로 미국과 서방에 요구한 러시아 안전보장 문제가 논의됐다. 오랜 외교적 줄다리기가 필요한 복잡한 사안인 만큼 당장 뚜렷한 성과가 나오진 않았다.

러시아는 회담에서 나토의 동진 금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럅코프 차관은 이날 회담 뒤 기자들에게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어떤 계획이나 의도도 없다고 설명했다”면서도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확인이나 안전장치가 아닌, 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보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요구를 일축했다. 셔먼 부장관은 회담 뒤 기자들과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에 가망 없는 (러시아의) 안보 제안을 확고하게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누구도 나토의 ‘열린 문 정책’을 닫아버리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 문제는 러시아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셔먼 부장관은 대신 러시아가 긴장 완화 행위에 나설 경우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폐기한 미-러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복원 △유럽에서의 군사훈련 규모 제한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한 병력을 철수하는 등 침공 우려를 제거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해 러시아의 불안감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날 전략안정대화에서 합의물이 나오진 않았으나, 러시아는 낙관론도 내비쳤다. 럅코프 차관은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제네바 대화의 유용성은, 기존에 존재하던 문제들에 관해 우리가 처음으로 얘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셔먼 부장관도 이날 회담이 기나긴 대화의 출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회담의 성격을 “협상이 아니라 대화”라고 했다. 또한 “미국은 양자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다시 만날 것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브뤼셀에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회담, 13일 비엔나에서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 간 회담 뒤에 러시아와 추가 대화를 하고 최선의 길을 찾아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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