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들의 외채 상환 액수가 계속 늘면서 54개국이 외채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개발도상국들의 외채 부담이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영국의 개도국 부채 탕감 운동 단체가 24일(현지시각)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단체들의 연합체인 ‘주빌리 부채 캠페인’은 지난해 126개 개도국의 외채 상환 규모가 2010년에 비해 120% 늘었다며 지난해 상환액은 정부 예산의 14.3%에 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0년 6.8%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개도국의 외채 상환액은 2000년까지 국가 예산의 15% 이상이었다가 그 이후 차츰 줄기 시작했다. 외채 상환액은 2010~11년 예산의 6% 수준으로 최저를 기록한 이후 다시 늘어 지난해 예산의 14%를 넘어섰다.
‘주빌리’는 개도국들이 막대한 부채 상환 부담 때문에 코로나19 대유행에서 회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올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외채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외채 위기에 빠진 개도국은 54개국에 달하며 아프리카 케냐와 말라위가 올해 들어 새롭게 외채 위기 국가로 분류됐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이 단체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개도국들이 상환해야 하는 외채 가운데 47%는 민간 채권자들에게 갚아야 하는 것이다. 국제 다자 기구에 상환할 액수는 전체의 27%, 중국에 갚아야 할 액수는 전체의 12%다.
‘주빌리’의 하이드 차우 집행이사는 “저소득의 부채 탕감을 위한 긴급 행동이 없는 한 위기가 끝날 가망이 없다”고 우려했다. 차우 이사는 “주요 20개국(G20) 지도자들은 모래밭에 머리를 파묻고 외채 위기가 사라지기를 기원하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아프리카 부채·개발 포럼과 네트워크’의 제이슨 브라간자 집행이사는 “개도국의 부채를 줄여주기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조처들이 충분하지 않다”며 “포괄적인 부채 탕감 프로그램만이 아프리카 시민들을 위기에서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빌리’의 개도국 외채 분석 결과는 지난 17일 세계은행이 저소득 국가의 외채 위기를 경고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74개 저소득 국가가 상환할 외채가 2년 전에 비해 109억달러(약 13조원) 늘어난 350억달러(약 41조6천억원)라고 밝힌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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