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 노동자가 식료품을 상점에 배달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가 1984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페어팩스/AFP 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경제가 5.7% 성장해 37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미국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각)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6.9%(연율)로 집계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발표된 4분기 성장률은 속보치로, 앞으로 수정될 여지가 있다. 4분기 성장률은 민간 전문가들이 예상한 5.5%보다 1.4%포인트나 높은 것이라고 경제 매체 <마켓 워치>가 지적했다.
4분기의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한해 성장률은 1984년(7.2%) 이후 37년 만에 가장 높은 5.7%를 기록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미국 경제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3.4%)한 바 있다. 전년도의 경제침체 때문에 지난해 성장률이 더욱 높게 나타난 셈이다.
지난해 미국 경제의 성장을 촉진한 핵심 요인으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 부양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꼽힌다고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지적했다.
부분별로는 민간 소비(연율 7.9%)와 민간 투자(연율 9.5%)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다만, 지난해 4분기만 보면 민간 소비는 연율로 3.3%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민간 투자는 연율 32%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높은 민간 투자는 소비자들의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들이 재고를 급격히 늘린 덕분이 크며, 재고 증가가 4분기 민간 투자의 71%를 차지했다고 <에이피>가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어 “우리는 마침내 21세기를 위한 미국 경제를 건설하고 있다”며 “20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 경제가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성장세가 표면적인 수치에 비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 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미국 금융 담당 분석가 캐시 보스챤치치는 “재고 증가 덕분에 4분기에 깜짝 고성장을 달성하는 등 세부적으로는 그다지 견고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여파를 우려하며 올해 1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이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2022년 성장률을 4.0%로 제시해 직전 전망치보다 1.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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