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와 이 회사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암의 로고.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독점 우려가 제기되던 미국 기술기업 엔비디아의 반도체 설계업체 ‘암’ 인수가 무산됐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인수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기업 암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영국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거래를 조사하기로 하는 등 규제기관들이 제동을 걸고 나선 탓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1990년 영국에서 설립된 암은 반도체를 직접 제조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팹리스 기업인데, 세계 스마트폰 칩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스마트폰 칩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퀄컴이 모두 이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 기술을 이용해 칩을 만든다.
이 회사는 2016년 일본 소프트뱅크에 인수됐고, 소프트뱅크는 2020년 9월 400억달러(약 약 48조원)를 받고 암을 엔비디아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이 거래가 성사되면 엔비디아는 컴퓨터 그래픽카드용 칩, 인공지능(AI) 칩, 모바일용 칩 등 반도체 여러 분야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보여주듯 엔비디아는 “우리의 앞선 인공지능 컴퓨터 기술과 암의 거대한 에코시스템을 결합시킬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인수 발표 직후부터 관련 업계에서는 독점 우려가 제기됐고,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거래에 반대했다.
각국 규제기관도 제동을 걸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 거래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조사하기로 했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한달 뒤 엔비디아의 암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EU)과 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2023년 3월까지 암의 기업 공개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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