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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축구에 미친 독일도 “평화”…축제·경기 다 뒤로 하고 ‘우크라 연대’

등록 2022-03-01 15:14수정 2022-03-02 02:30

[마쿠스 한의 분데스리가 리포트]
분데스리가 24라운드 수놓은 반전 메시지
FIFA·UEFA도 국제대회에서 러시아 퇴출
바이에른 뮌헨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지난 26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에서 열린 2021∼2022 분데스리가 24라운드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왼팔에 우크라이나와 연대를 상징하는 밴드를 착용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바이에른 뮌헨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지난 26일(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에서 열린 2021∼2022 분데스리가 24라운드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왼팔에 우크라이나와 연대를 상징하는 밴드를 착용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주말 열린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24라운드. 선수를 비롯해 팀 관계자, 그리고 팬들까지 경기장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은 이날 우크라이나와 연대를 표했다. 형태는 다양했다. 전광판에 비둘기를 띄우고 경기 시작 전 1분간 묵념을 하거나, 우크라이나 국기와 함께 ‘전쟁을 멈춰라(STOP WAR)’, ‘우리는 전쟁에 반대한다(WIR GEGEN KRIEG)’, ‘그만해, 푸틴!(STOP IT, PUTIN!)’ 등 반전 메시지가 담긴 펼침막을 내걸었다.

전세계 스포츠가 러시아의 침공에 분노하고 있지만 독일 축구계의 움직임이 제일 적극적이다. 독일프로축구연맹(DFL)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분명하게 규탄했다. “어떤 형태의 전쟁도 용납할 수 없으며, 스포츠의 가치와도 양립할 수 없다”며 독일 국민들의 마음을 대신 전했다. 현재 공석인 독일축구협회(DFB) 회장 후보 페터 페터스는 독일 방송에 나와 “지금은 러시아 팀과 축구 경기를 하는 걸 상상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7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열린 2021∼2022 분데스리가 24라운드 아우크스부르크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평화를 위해 함께 한다”는 내용을 담은 우크라이나 지지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아우크스부르크/EPA 연합뉴스
지난 27일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열린 2021∼2022 분데스리가 24라운드 아우크스부르크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평화를 위해 함께 한다”는 내용을 담은 우크라이나 지지 펼침막을 들고 서 있다. 아우크스부르크/EPA 연합뉴스

이동경의 소속팀 샬케04는 16년 만에 자신들의 스폰서인 러시아 에너지 대기업 가즈프롬의 로고를 유니폼에서 지웠다. 2006년에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전 독일 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러시아의 반(半)국영 에너지 공급업체 가즈프롬과 샬케04 사이 수백만유로에 달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 이후로 연간 최소 1500만유로(한화 약 200억원)를 지원받아온 샬케가 이번에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하며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했다.

샬케04의 한 시즌 예산은 약 1억1천만유로(약 1400억원)다. 코로나19 때문에 관중수입도 많이 줄어든 상황에서 메인 스폰서가 떨어져 나가면 10%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돈보다 인류애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인류애를 짓밟은 러시아의 가즈프롬과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할 수 없었다고 샬케04 구단은 밝혔다.

독일 상위 2개 리그를 통틀어 유일한 우크라이나 출신인 다닐로 시칸(21)이 속한 FC한자 로스토크도 적극적인 반전 움직임을 보였다. 로스토크는 경기 직전 공식 채널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트윗을 게재했는데 그 내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 모두를 뒤흔들었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전쟁을 규탄한다. 스포츠는 통합, 페어플레이, 연대를 상징한다. 우리는 무고한-다닐로 시칸을 비롯한-사람들을 지지한다”였다.

지난 26일 FC한자 로스토크가 우크라이나 출신 선수 다닐로 시칸을 위해 트위터에 올린 문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 모두를 뒤흔들었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전쟁을 규탄한다. 스포츠는 통합, 페어플레이, 연대를 상징한다. 우리는 무고한-다닐로 시칸을 비롯한-사람들을 지지한다”라고 쓰여 있다. FC한자 로스토크 트위터 캡처.
지난 26일 FC한자 로스토크가 우크라이나 출신 선수 다닐로 시칸을 위해 트위터에 올린 문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 모두를 뒤흔들었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전쟁을 규탄한다. 스포츠는 통합, 페어플레이, 연대를 상징한다. 우리는 무고한-다닐로 시칸을 비롯한-사람들을 지지한다”라고 쓰여 있다. FC한자 로스토크 트위터 캡처.

유럽 축구 전체가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보여주고 있다. 잉글랜드와 스위스, 폴란드, 스웨덴, 체코가 이미 러시아와 더 이상 경기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앞서 러시아 대표팀의 국가 명칭 사용 금지 징계를 내렸다가 너무 소극적 조치라는 반발을 산 지 하루 만에 러시아를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퇴출했다. 유럽축구연맹(UEFA)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축구 대표팀과 클럽팀은 이제 국제대회에 나갈 수 없다.

스포츠는 종종 정치적으로 남용된다. 베이징겨울올림픽처럼 국가 원수를 위한 이벤트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독일 축구계가 보여주듯 전쟁 반대와 같은 정치적 의견을 투영하는 플랫폼으로도 쓰인다. 더군다나 독일은 남다른 역사적 배경이 있다.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2차 세계대전의 교훈이 강하게 남아 있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한 분노와 동정 여론이 여느 나라보다 더 높다. 지난 27일 베를린에서는 최소 10만명의 군중이 운집해 “제3차 세계대전은 없다”라는 반전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독일은 축구에 미친 나라다. 하지만 이제 축구는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지난 목요일(2월24일)부터 화요일(3월1일)까지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이들을 위한 축제가 계획돼 있었지만 취소가 이어졌다. 축구도 축제도 세계를 뒤흔든 전쟁 앞에 뒷일이 됐다. 무의미한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다시 축구를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겨레〉 통신원 mhan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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