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길어지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주요 농업국인 프랑스의 옥수수 농지. 샬론쉬르루아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밀 가격이 약 14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1일(현지시각) 거래량이 가장 많은 5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이 가격 제한폭(50센트)까지 오르면서 부셸(약 25.4㎏)당 9.8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2008년 4월 이후 최고치다. 거래소는 2일부터 하루 가격 제한폭을 75센트로 일시 확대할 계획이다.
5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도 약 10개월 만에 최고치인 부셸당 7.256달러를 기록했고, 콩 선물 가격은 부셸당 16.9달러까지 치솟았다. 콩 가격은 지난달 24일에 2012년 9월 이후 최고치를 넘어선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콩기름도 사상 최고치인 파운드당 76.21달러까지 상승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 수출의 29%를 차지하고 있으며, 콩 수출 물량도 세계 무역량의 19%에 달한다. 우크라이나산 밀은 이집트, 튀지니, 레바논 등 중동 국가에 특히 많이 수출된다.
상품 중개업체인 ‘유에스 코모디티스’의 돈 루스 사장은 “전투가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선적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선적 중단이 얼마나 지속될지 논의가 분분하다”고 전했다. 통신은 세계 3대 해운사들이 러시아 수출입품 운송을 중단하면서 러시아의 곡물 수출도 타격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사료용 곡물 수입업자들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대체할 수입처 확보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이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두 나라 농부들의 올봄 농작물 파종도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했다. 네덜란드계 은행 라보방크의 스티븐 니콜슨 곡물 전략가는 “전쟁터로 변한 (우크라이나) 농지 상황이 걱정스러우며, 상당한 규모의 농지는 곡물을 재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올봄 농업이 타격을 받을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꾸준히 오른 국제 곡물 가격은 올해 하반기 이후까지 강세를 이어갈 우려가 높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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