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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올리가르히’ 우크라 전쟁 제재 포격에 정면 노출

등록 2022-03-03 13:48수정 2022-03-08 02:35

미국과 EU 경제 제재 다가오자
호화 요트 등 재산 처분 움직임
이사직 사퇴 등 반성 제스처도
러시아의 대표적인 올리가르히로 꼽히는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소유한 요트가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구에 정박해 있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의 대표적인 올리가르히로 꼽히는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소유한 요트가 2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구에 정박해 있다. EPA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 지배 체제에 예상치 못한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독재’ 유지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러시아의 ‘올리가르히’(신흥 재벌)가 서구가 쏟아낸 제재 포격에 정면으로 노출되며, ‘전쟁 반대’ 메시지를 내는 등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각) 국정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독재를 떠받치는 올리가르히들에게 공식 선전포고를 했다. “오늘 나는 러시아 올리가키(올리가르히)들과 이 폭력적인 정권으로부터 수십억달러를 사취한 부패한 지도자들에게 말한다. 더 이상은 안 된다. 미 법무부는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의 범죄를 추적할 수 있는 특별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있다. 우린 유럽의 동맹들과 당신들의 요트, 고급 아파트, 개인 비행기들을 찾아내 압류할 것이다.” 이 대목을 말하는 동안 미국 상·하원 의원들은 두번에 걸친 박수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환호를 보냈다.

올리가르히란 과두정치를 뜻하는 그리스어 ‘올리가르키아’를 러시아식으로 표기한 말이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국영이던 석유·금융 기업들이 세계화·민영화 바람을 타고 거대 재벌로 성장하며, 러시아의 정치·경제를 독과점하기 시작했다. 푸틴 대통령의 통치에 적극 협력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확대하는 올리가르히는 러시아를 실제로 쥐락펴락하는 지배 계층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공언대로 미국 법무부는 이날 푸틴 대통령을 돕는 러시아 억만장자들을 추적하는 특별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우리는 러시아 정부가 불의한 전쟁을 계속하도록 함께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자들을 수사·체포·기소하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절도범 체포라는 뜻의 ‘클렙토 캡처’라고 이름 붙인 특별팀은 앞으로 리사 모나코 법무부 부장관이 지휘하게 된다.

올리가르히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영국 프로축구단 첼시를 소유한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2일 첼시 구단을 팔기로 했다. 무려 135억달러(약 16조2700억원)를 가진 아브라모비치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영국 정부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각종 조처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러시아와 협상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영국 내 재산을 처분하는 중이다.

다른 올리가르히들의 재산 도피도 목격된다. 미국 <시엔엔>(CNN)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전용기와 헬기 40여대가 미국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국가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엔비시>(CNBC)도 이주 초 올리가르히가 소유한 호화 요트 가운데 최소 4대가 몬테네그로와 몰디브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양의 몰디브는 미국과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다.

목줄을 조여오자 일부 올리가르히는 전쟁 반대 메시지를 내며 푸틴 대통령에게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을 압박했다. 러시아의 억만장자 올레크 데리파스카(세계 2위 알루미늄 제조기업 루살 창립자)는 텔레그렘에 올린 글에서 “평화가 매우 중요하다. 협상은 가능한 한 빨리 시작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미하일 프리드만(알파그룹 창립자)도 “이 위기는 수백년간 형제로 지내온 두 나라의 생명과 재산을 희생시킬 것이다. 해결책이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나, 유혈 사태를 끝내기 위해 열망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포타닌(인터로스그룹 회장)은 미국 구겐하임박물관 이사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고, 표트르 아벤(최대 민간은행 알파뱅크 경영자)도 런던 왕립예술아카데미 이사직을 사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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