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시민들이 전광판에 표시된 환율을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세계 각국이 가한 경제제재 때문에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3일 또다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러시아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낮추면서 루블화 가치가 3일(현지시각)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이날 오전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서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118.69루블까지 치솟았다가 소폭 하락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달러당 110루블을 넘어간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루블화 환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달러당 80루블 아래였으나 지난달 24일 80루블을 돌파한 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28일 루블화 추가 하락을 막으려고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올렸지만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잇따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이른바 “정크” 수준으로 불리는 투기등급으로 낮추면서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디스와 피치는 이날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6계단씩 낮췄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피치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종전 ‘BBB’에서 ‘B’로 낮추고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피치는 한 국가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계단 떨어뜨린 건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이후 처음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제재로 거시금융의 위험이 부각되고 은행들에 대한 제재가 추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Baa3’에서 ‘B3’로 등급을 낮췄다. 세계 3대 평가사 중 나머지 한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앞서 지난주 러시아의 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린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