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뉴욕의 유엔(UN) 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열려 장쥔 주 유엔 중국 대사가 앉아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생화학 무기’ 개발과 관련해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를 편들고 나섰다.
1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 보도를 보면, 11일 러시아의 요구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미-러는 우크라이나의 생화학무기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미국과 연계된 생화학무기 실험실이 있다’고 주장했고, 미국은 ‘러시아의 주장이 근거 없으며,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이날 “중국은 러시아가 발표한 문건에 주목하고 있다”며 “관련 국가는 생물무기금지협약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전면적으로 해명하며 다자간 조사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장 대사가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의 생화학 무기 실험실을 발견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논란은 지난 6일로 거슬러 오른다. 이날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하리코프) 등 도시 2곳의 실험실에서 비밀리에 진행한 생물 시험을 미 국방부가 지원했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러시아 특수부대가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0일에도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이동하는 야생 조류를 활용해 질병을 퍼뜨리도록 하는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생화학무기 개발설을 이유로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고 해당 회의가 11일 열렸다.
미국은 이를 전면 부인하는 한편, 한발 나아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생화학 무기 사용의 명분을 쌓기 위해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9일 본인 트위터에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거나 이를 위해 거짓 깃발 작전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분명한 패턴”이라고 적었다. 미 국무부도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편들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2일 사설을 통해 “러시아의 폭로는 매우 구체적으로, 그 진실성에 대한 판단은 반드시 권위 있는 국제기구가 이끄는 조사팀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자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26개의 생물연구실을 운영하고 있고, 미 국방부는 이들 연구실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한 생물 군사 활동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미국은 ‘생화학안전 리스크를 줄이고 글로벌 보건 협력을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전 세계 30개국에서 336개 생물연구실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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