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킹운동 단체 ‘어나니머스’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정부기관, 언론 등에 대해 잇따라 해킹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정부 기관 등을 잇따라 해킹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집단은 해킹을 온라인 검열 반대 등 사회 운동에 활용하는 유명 해킹운동 단체다.
미국 경제 매체 <시엔비시>(CNBC)는 16일(현지시각) 약 3주일 전 러시아에 대한 ‘사이버 전쟁’을 선포한 어나니머스가 러시아 정부 기관과 언론, 기업 사이트를 해킹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익명의 해커들로 구성된 이 집단은 언론 감독기관인 ‘로스콤나드조르’의 데이터베이스 유출도 자신들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로스콤나드조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언론 통제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 기업 ‘시큐리티 디스커버리’의 공동 설립자 제러마이아 파울러는 이런 주장이 사실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넷 업체 ‘웹사이트 플래닛’과 함께 검증한 결과, 분석 대상이 된 100개 데이터베이스 중 92개가 사이버 공격에 뚫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공격을 받은 데이터베이스는 소매 업체, 인터넷 서비스 업체, 옛 소련 소속 국가들의 연합체인 독립국가연합(CIS) 같은 정부간 기구 등이 보유한 것이다. 독립국가연합의 파일은 상당수가 삭제됐고, 수백개의 폴더는 이름이 ‘푸틴은 이 전쟁을 멈추라’(putin_stop_this_war)로 바뀌었다. 유출된 다른 데이터베이스에는 27만명의 이름과 전자우편 주소가 담겨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해킹 검증팀은 보고서에서 “어나니머스는 러시아의 가치가 큰 주요 표적과 기록물, 데이터베이스에 침투할 만큼 매우 능력 있는 집단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해커 집단은 러시아 국영 방송도 해킹했다고 주장했고 파울러는 이 또한 사실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큐리티 디스커버리의 동료가 실제로 러시아어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내용이 들어간 뉴스 생방송 일부를 녹화했다고 전했다. 해킹 대상에는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 정부 지원을 받는 국제 방송 <아르티>(RT) 등도 포함됐다. 파울러는 “이들 기관 중 다수는 실제로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세계가 해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어나니머스의 해킹에 지지를 표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파울러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대의명분이지만 누구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거의 ‘사이버 로빈 후드’와 같은 존재”라고 평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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