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17일(현지시각)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에서 주민들이 석유를 사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콜롬보/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원유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17일(현지시각)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16일보다 배럴당 7.94달러(8.4%) 오른 10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지난 11일 배럴당 109.33달러까지 올랐다가 하락세로 돌아서 15일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으나 이날 다시 1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6.64달러로 하루 전보다 8.62달러(8.8%)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브렌트유 역시 15·16일 이틀 동안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가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제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긴 것은 러시아의 원유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진 탓이라고 미국 경제 매체 <시엔비시>(CNBC) 방송이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부터 하루 300만배럴 규모의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생산이 중단될 것이라고 16일 내다봤다. 이는 유가 급등 영향에 따른 세계 수요 감소분(하루 100만배럴)의 3배 규모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3분기 예상 유가를 기존의 100달러에서 12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스웨덴의 에스에베(SEB) 은행은 “원유 공급과 수요가 모두 문제인 상황이지만 공급 차질이 더욱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앞으로 6개월 동안 원유 시장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 기대감으로 떨어졌던 밀·옥수수·콩 등 주요 농산물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시카고 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부셸(약 25.4㎏)당 28.75센트(2.7%) 상승한 10.98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옥수수와 콩도 각각 3.4%, 1.2%씩 올랐다. 밀 가격은 지난주 부셸당 13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이 진전되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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