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0일(현지시각)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항의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트럼프부터 푸틴까지, 두번째 원전 위험”이라고 쓴 팻말을 들고 있다. 마드리드/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북부의 체르노빌 원전에서 근무자들이 러시아 침공 이후 3주만에 처음으로 교대 근무에 성공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0일(현지시각) 밝혔다.
옛 소련 시절인 1986년 최악의 방사능 누출 사고를 겪은 체르노빌 원전은 러시아군이 지난달 24일 점령한 이후 폐기물 관리 시설에 대한 전기 공급이 간간이 끊기고 직원들의 교대 근무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안전 위험이 제기되어 왔다.
국제원자력기구는 거의 4주 가까운 기간 동안 연속으로 근무하던 원전 직원 중 절반이 교대해 집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오전 교대 근무가 성공리에 이뤄졌다고 원자력기구에 통보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직원들이 극도로 힘든 상황에서도 중요한 관리 업무를 해왔다”며 근무 교대 성공은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체르노빌 원전 주변은 지금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방사능 위험 지역이며, 원전 직원들은 인근 도시인 슬라보티츠에서 기차를 통해 원전 시설로 출퇴근 해왔다. 하지만, 이 기차가 러시아의 우방인 벨라루스를 거쳐 가는 데다가 러시아군이 직원들의 이동을 통제해 교대 근무가 이뤄지지 못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 2기는 최대 용량의 3분의 2까지 가동률을 높였다고 전했다. 원자력기구는 러시아군이 지난 3일부터 통제하고 있는 이 원전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국에 있는 4개 원전의 15개 원자로 가운데 8개가 가동중이며 방사능 수준은 모두 정상 범위에 있다고 원자력기구에 전했다. 원자력기구는 체르노빌 원전을 뺀 나머지 원전의 감시 시스템 정보가 원자력기구로 안정적으로 보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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