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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가스 대금 루블 결제 강행…‘찻잔 속 폭풍’ 그칠 듯

등록 2022-04-01 10:56수정 2022-04-01 11:12

푸틴 대통령, 4월1일 시행하는 명령 서명
“조건 지키지 않으면 공급 중단” 경고
독일·프랑스 등 “계약 조건 위반” 반발
서방 제재보다 자국 은행 보호 조처 분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각)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온라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서방이 러시아 가스 대금을 루블로 지불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각)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온라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서방이 러시아 가스 대금을 루블로 지불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스크바/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가 31일(현지시각) 서방 국가에 대해 가스 구매 대금을 자국 통화인 루블로 결제하도록 하는 조처를 강행했다. 이번 조처는 서방에 대한 제재라기보다 루블의 가치 하락을 막고 자국 주요 은행을 서방의 추가 제재로부터 보호하려는 조처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날 비우호국 구매자들의 경우 4월1일부터 러시아 가스 구매 대금을 루블로 결제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비우호국 구매자들이 새로운 결제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 계약이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기존에 합의된 가스 공급 규모와 가격은 유지됐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유럽 등의 가스 구매자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의 금융 자회사 가스프롬방크에 특별 외화 계좌와 루블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가스 구매자들이 결제 대금을 달러나 유로 등으로 이 은행의 외화 계좌로 송금하면, 은행은 루블로 환전해 구매자의 루블화 계좌에 입금하게 된다. 이런 결제 방식은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는 가스에만 적용된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전했다.

영국 옥스퍼드 에너지학 연구소의 잭 샤플스 연구원은 <로이터> 통신에 “거창하게 들리는 조처지만 찻잔 속 폭풍이 됐다. 가스프롬방크를 거래 대금 환전 업체로 지정함으로써, 이 은행이 추가 제재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서방이 지불한 대금을 외환 시장에서 루블로 환전하게 함으로써 루블의 가치 하락을 막는 효과도 예상된다. 루블의 환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달러당 75루블 정도를 유지했으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3월 초 한때 143루블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정부가 가스 대금의 루블 결제 방침을 밝힌 뒤 루블의 가치는 빠르게 상승해 현재는 82루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루블 결제 요구가 계약 위반이자 협박이라며 반발했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앞으로도 유로나 달러로 계속 결제하겠다”고 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도 “푸틴 대통령에게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독일과 함께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할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중단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내 판단이 틀릴 수 있지만, 적어도 내가 이해하는 한 결제 변경은 러시아 내부 문제”라고 말했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에 대비해 대체 수입처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국제 가스 공급이 빠듯한 상황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적했다.

한편, 유럽부흥재건은행(EBRD)은 이날 러시아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보다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은행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을 3%로 내다봤었다. 은행은 또 우크라이나의 올해 성장률이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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