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 광저우 주민들이 핵산 검사를 받고 있다. 광저우/신화 연합뉴스
중국 제조업의 ‘허브’로 불리는 광저우시가 초·중·고교 수업을 중단하고 전 주민 핵산(PCR) 검사를 실시하는 등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아직 하루 확진자 수가 20여명에 불과하지만 선제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하루 2만명가량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하이 같은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구 1500만명으로 중국 남해안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시는 신규감염자가 10명을 넘어가자 지난 9일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핵산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확진자가 더 늘어 전면 봉쇄에 이르기 전에 선제 조처에 나선 것이다. 광저우시 당국은 이튿날인 10일 기자회견에선 이날 낮까지 주변 지역을 포함해 총 1900만명이 넘는 주민들의 핵산 검사 샘플을 채취했다고 밝혔다. 또 11일부터 초·중·고교의 대면 수업을 중단하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주민들에게 도시를 떠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번 조처는 광저우 일부 지역에서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상당히 퍼져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광저우 당국은 “감염자가 나온 바이윈구는 인구 밀도가 높고 면적이 넓다”며 “초기 판단 결과 통제 구역 안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미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광저우시는 주변 전시장에 대규모 임시 격리 시설을 짓고 있다.
중국 기술 허브인 선전, 금융 중심지 홍콩과 가까운 광저우는 외국인 투자기업 3만여개 등 수많은 공장이 몰려있다. 지난해 수출액 6312억 위안(122조원)으로 선전, 상하이 등에 이어 중국 도시 중 6위를 차지했다. 광저우항은 세계 5위의 물동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웃 선전시와 상하이시의 사례는 광저우에 상당한 참고가 되고 있다. 상하이는 지난달 1일 현재 하루 확진자가 2명에 불과했으나, 일주일 뒤인 8일 65명, 15일에는 202명까지 늘었다. 상하이는 확진자가 나온 구역의 봉쇄만을 거듭했고, 결국 확진자가 2천~3천명으로 늘어난 지난달 28일에야 전체 봉쇄를 하고 전 주민 핵산 검사에 들어갔다. 애초 8일로 예고했던 봉쇄 기간은 현재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하루 확진자는 지난 10일 2만5천명을 넘어섰다.
반면, 선전시는 하루 확진자가 66명이던 지난달 13일 일주일 동안의 도시 봉쇄에 들어갔다. 이후에도 코로나 검사를 강하게 유지한 결과, 10일 선전시의 확진자 수는 1명에 불과했다.
광저우까지 전면 봉쇄에 들어갈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중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달부터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지린성과 상하이, 선전 등 1억 명이 넘는 인원이 격리를 겪었거나 격리 중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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