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가 23일(현지시각) 원인을 알 수 없는 아동·청소년 급성 간염 사례가 12개국에서 169건 보고됐으며 사망자도 한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간염이 영국·미국·이스라엘 등 12개국의 아동·청소년 169명에게서 발생해 적어도 한 명이 숨졌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23일(현지시각) 영국·스페인·덴마크 등 10개 유럽 국가와 미국, 이스라엘에서 아직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청소년 급성 간염 환자가 169명 보고됐다고 밝혔다. 전체 환자의 3분의 2인 114건은 영국에서 발생했고, 연령대는 생후 일개월된 영아부터 16살 청소년까지 다양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 가운데 17명은 간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다.
세계보건기구는 환자 가운데 40% 정도인 74명에게서는 흔한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또 20명에게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도 확인됐다. 두 바이러스에 모두 감염된 환자는 19명이었다.
<로이터>는 지난 6일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심각한 간염 증상을 보인 아동이 확인되면서 각국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간염은 기존에 알려진 5가지 바이러스성 간염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간연구학회 소속 공중 보건 위원회 위원장인 마리아 부티 교수는 “아직은 환자가 아주 적지만, 모두 아동·청소년이라는 것과 증상이 심각하다는 게 우려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력한 발병 원인으로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에 주목하고 가능성을 검토하는 중이다. 스코틀랜드 보건청은 아데노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 것인지, 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등 다른 바이러스와 동시에 감염되면서 질병을 유발한 것인지 여부를 분석하고 있다. 현재 아데노바이러스엔 영국의 아동·청소년 77%가 양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 청소년 대부분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백신과 관련성은 일단 배제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청소년들의 사회적 접촉이 줄면서 면역이 떨어진 것이 원인일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중개의학 전문가 사이먼 테일러로빈슨 교수는 “평소라면 나타나지 않을 면역체계의 과잉 반응이 원인이라는 것이 좋은 가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의 보건 당국은 의사들에게 아동·청소년들의 급성 간염 증상에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대표적인 증상은 소변이 어두운 색을 띠고, 대변은 연한 색을 띠며, 황달과 비슷하게 눈과 피부가 노래지는 것 등이다. 또, 통증이나 피로감, 발열, 입맛 잃음, 구토, 복부 통증, 관절 통증도 나타난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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